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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부부 탐방

지역뉴스 | | 2021-05-14 14:14:23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수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5월, 가정의 달이라 부부 탐방을 기웃거려 봄직할 것 같아서 한 생을 나란히 걸어온 부부 모습들을 고찰해보았다. 부부란 남편과 아내를 이르는 말로 내외라 칭하기도하고 노부부를 뜨게부부라고도 불러준다. 백년 친구인지라 삐걱댈 때도 좋을 때도 있었단다.

 

힘들 때 서로를 일으켜 세웠던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룬다.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보는 재미를 구수하거나 상큼하게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관계이다. 부부는 영원한 길동무라서 질척이는 황톳길이든 발길이 푹푹 빠져드는 모랫길이든 관여치않으며 묵묵히 걸어간다. 똑딱거리며 돌아가는 시계 시침과 분침처럼, 나란히 벗어놓은 신발처럼. 

팬데믹 역습으로 의외로 새로운 부부상이 일구어져 가고있다. 자가격리 공간에 익숙해지면서 서로에게 길들여져가는, 어찌 생각해보면 집이란 한정된 성역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재주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사 때마다 보약 먹은 것 같다는 둥, 골목식당 프로그램에 노하우를 내놓아도 되겠다는 둥, 부쩍 칭찬이 늘어나고 남정네에 질세라 아낙네들 또한 영감님 입맛에 조준하는 비결이 정점에 이르고, 영감님 또한 할멈 솜씨에 젖어들고 있단다. 입맛, 손맛은 어언 시이소처럼 주거니 받거니 삼식문화에 몰입되고 있다. 배려가 무르익어가는 밥상은 맛깔도, 운치도, 배려의 훈기를 타고 투박한 듯 담백한 유려로 잔잔한 듯 부드럽고, 그윽한 듯 풍성해져가고 있다. 코로나 덕분에 엉겹결에 찾아든 둘 만의 시간이 뒤늦게 마련되면서 서로가 곁에 있어서 하루하루 행복을 음미해간다는 소식들이 접수되고있다. 한편으론 동고동락을 언약했던 시간이 무색해지듯 남편은 동고를 마음에 두지만 아내는 동락을 꿈꾸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풍선 바람 빠지듯 일찌감치 깨어져버린 기대감은 서로를 외면으로 몰아가고 외면당했다는 고통이 아프다며 남편은 남의 편이 되고 아내는 안해를 고집하면서도 잠이 쏟아지면 한 이불 덮는 것이 부부이다. 

안달복달 동분서주 자녀들을 키워내느라 느끼지 못했던 것을 자녀들이 홀로서기로 떠나고 빈 둥지가 되고서야 외로움을 눈치채게 된다. 할매 할배가 된 노부부는 영감이 바르고 남은 연고를 할매 등짝을 훌렁 걷고 야무지게 비벼대는 사이가 되고 만다. 긴 세월 동행해온 부부들이 오늘 처음 만났다면 다시 서로를 선택할까. 글쎄다. 긴 여정을 함께해온 테마기행이 아닌 조난 연속이다. 

산처럼 믿음직했던 남편감이라 선택했던 남편과 유람선을 탄게 아니라 계속 고이는 물을 퍼내야 하는 난파선을 골라서 타게 된 것이란다. 아내는 남편을 믿고 따르느라 사면초과로 고립되기 일쑤였는데 남편은 아내 때문에 죽겠다는 아우성의 불협화음을 싣고 길고 긴 항해를 해온 셈이란다. 항해에 지친 몸을 이끌고 한적한 해변에서 문득 파도도 바라보게 되고 먼 하늘도 올려다 보게 되더라는 것이다. 

모랫벌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찬찬히 서로를 바라보는 미증유의 시간을 만나면서 비로소 서로가 바라보던 존재로 오직 서로 밖에 없음을 비로소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편네 잔소리는 혹여나 밖에서 부실하다는 소리 들을까 싶은 어머니 마음이지만 남정네 잔소린 힘겨루기 간섭이 되기 십상이다. 부모 말씀에는 청개구리였지만 안사람 잔소리는 귀담아 들어야 살길이 열린다. 아내들은 호강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곁길질만 하지 않으면 고맙다고 여기는 여린 정이 숨겨져 있음을 늙으막 영감탱이가 되고서야 눈치채게 된다고. 실은 아내의 잔소리는 관심이요 사랑이라서 남편들은 사랑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선물받고 있는 것이다. 밥조차 제대로 끓이지 못하는 남편이 안스러워 다정도 병이듯 지극정성 삼시 밥상을 진설해 놓는다. 짝이 있는 남자가 홀로된 남자보다 수명이 길다는 것이 산 증거라 할 수 있겠다. 잔소리가 자장가로 들리면 부창부수 지름길을 걷고 있는 것일게다. 젊었을 땐 연인으로 중년으로 접어들면 손쉬운 말 상대로 노년엔 간호사로 살아진다는 말이 있다.

매일매일 개축하는 건물같아서 이인삼각 경주에 출전한 선수로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아웅다웅 세상풍파를 겪다보면 어느새 서로는 닮아가고 어느 누구보다 편안해지기 마련이다. 눈빛만 보아도 언어가 필요없음이요 어느덧 마지막까지 함께 가야할 서로의 그림자가 되어있다. 마지막 해그름까지 서로에게 감사하며 서로의 기쁨으로 위로가 되어  주어야 한다. 가정의 달 부부 탐방이라지만 모든 부부들이 대동소이, 아장구 비장구요 도토리 키재기라서 도긴개긴, 북불복으로 살아가고들 있다. 

부부란 최상의 짝을 찾았다는 것보다 서로 최상의 짝이 되어가는 것이다. 부부란 서로를 마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별을 함께 바라보며 함께 동행하는 것이라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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