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한인교수 부부 참극
피해자 추모 열기… “가장 친절하고 사랑받던 교수”
홀로 남겨진 어린 딸 위한 모금 사이트도 개설돼
텍사스주에서 가정불화를 겪던 40대 한인 대학교수가 역시 대학교수인 아내를 총으로 쏴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본보 9일자 보도) 가정 내 부부 갈등이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나타나면서 일부 한인 가정 내 문제가 참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부부 모두 미국으로 유학을 온 고학력자들로 그 어렵다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둘 다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민 케이스여서 그 충격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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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과 동기는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텍사스주 달라스 카운티 경찰에 따르면 남편인 이현섭(42·영어명 해리 이)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서로 보이는 게시글을 남겨 평소 아내 김윤덕(39·영어명 데비 김)씨에 대해 불만이 많았음을 암시했다.
이웃 주민들은 이들 부부는 평소 겉으로는 다툼 없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왔다고 전했고, 경찰도 이날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이씨 부부 집으로 가정폭력 신고 등이 접수된 적이 없다고 밝혀 이들 부부가 겉으로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지만, 남편 이씨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아내가 자신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았으며 의처증을 탓했다고 밝히는 등 평소 아내에 대해 불만이 많았음을 드러냈다고 달라스 모닝뉴스가 경찰을 인용해 전했다.
■소통 예방이 우선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가정 내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부부간의 대화 및 원활한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부부상담과 같은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는 등 사전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안현미 한인가정상담소 카운슬러는 “갈등이 반복되게 되면 극도의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는데 이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속마음을 주변인들에게 이야기하거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담을 받거나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는 것에 대해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평소에도 종교 지도자나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적당한 소통이 있다면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추모 확산
한편 이번 사건으로 숨진 아내 김윤덕 교수에 대한 현지의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김씨가 재직했던 텍사스 A&M 대학 커머스 캠퍼스의 교수와 학생들은 숨진 김씨가 이 대학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교수였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학생은 “닥터 김은 내가 만나본 교수들 가운데 가장 친절하고 존경받는 교수였다”고 회고했다.
또 졸지에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진 5세 딸을 돕기 위한 모금 사이트가 ‘고 펀드 미 닷컴’(www.gofundme.com/5ij9q4g)에 개설돼 8일 오후 6시 현재 2,440달러가 모금됐다.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