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형 받은 전 남친
19년 만에 재심 허가
19년 전 한인 여고생을 살해 암매장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아드난 사이드에게 재심의 길이 열려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는지가 다시 주목되고 있다.
메릴랜드 특별항소법원은 29일 지난 1999년 1월 볼티모어카운티 우드론 고교에 재학 중이던 한인 여고생 이혜민 양 피살 사건의 범인으로 구속기소돼 1급 살인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아 2000년부터 복역 중인 사이드의 재심을 승인했다.
이혜민 양 사건은 2014년 10월 인기 팟캐스트 ‘시리얼’의 소재로 다뤄지며 사이드가 진범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되고, 새로운 증인도 나타나 전국적으로 재조명받으며 재심 논란을 일으켰다.
사건 당시 17세 고등학생이었던 사이드는 한 때 사귀었던 이 양을 목 졸라 살해한 뒤 공원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은 이 양과 헤어진 사이드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애드난 사건이 16년 만에 새로 주목받게 된 것은 작년 10월 초부터 배포된 팟캐스트 ‘시리얼’ 덕분이다. 볼티모어 선지 전직 기자인 사라 코닉이 제작한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인 시리얼은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영미권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2회로 마감한 시리얼은 사이드가 범인임을 확정할 수 있는 물리적 증거나 목격자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결론은 내지 않았다.
실제 재판부는 사이드를 도와 이 양 시신을 공원에 묻었다는 친구의 증언에 의존해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이 양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공공도서관에서 사이드를 봤다고 주장한 다른 동급생은 증인 채택조차 되지 않았다.
이에 사이드는 변호인의 대처가 미흡해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면서 볼티모어 순회재판소에 수년 전 항소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었다. 그러나 이후 사이드 변호인 측은 배심원 평결 당시 사이드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인의 참석 및 증언이 수렴되지 않았던 점을 강조, 재심 결정을 끌어냈다.
하지만 이 결정은 검찰이 주대법원에 항소할 수 있어, 재심이 다시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메릴랜드주 법무부 장관실은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위해 특별항소법원의 판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덕인 기자>
19년 전 피살된 이혜민(왼쪽) 양과 용의자 사이드. [A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