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이후 총 110구 매장$남성 79%로 여성의 4배
지역별 퀸즈 58%, 연령대별 50대 29%로 가장많아
경제 문제, 가족관계 단절, 독거노인 증가에 외로운 죽음
가족들이 없거나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해 나홀로 세상과 작별하는 무연고 사망자가 뉴욕일원 한인사회에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역만리 타국으로 이민와 힘들게 살다가 가족이 해체되고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씁쓸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한인 무연고자 실태와 대책 등을 시리즈로 알아본다.
#지난달 말 사망한 최(67)모씨는 2주가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지인들이 수소문 끝에 서부에 살고 있는 최씨의 아들과 연락이 닿았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서 시신이 안치소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달 안으로 가족들이 시신을 인수하지 않는다면 최씨는 무연고자 묘지에 쓸쓸히 묻히게 된다.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김(70) 할아버지는 최근 장의사를 찾았다. 이혼을 거부하고 도망가 버린 아내를 대신해 자신이 죽은 후 시신을 처리해줄 사람을 지정하기 위한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자녀가 없는 김씨는 “내가 죽어도 도망간 아내가 시신인수를 거부하면 무연고자 묘지에 묻히게 되는 것 아니냐”며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외롭게 가고 싶지 않아 장례 대리인을 지정하러 왔다”고 말했다.
뉴욕시 무연고자 묘지가 위치한 브롱스의 ‘하트아일랜드’(Hart Island)‘ 시신 보관 자료를 본보가 6일 입수해 분석한 결과 1980년부터 2017년 11월까지 38년간 매장된 한인 시신은 총 110구로 나타났다.
매년 평균 3명의 한인들이 살던 집이나 거리, 병원 등에서 사망했으나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시신을 넘겨받는 것을 거부해 무연고자 돼 유해가 ‘하트 아일랜드’에 쓸쓸히 묻히고 있는 것이다.
한인 무연고자 시신을 연대별로 살펴보면 ▶1980년대(1980~1989) 24구를 기록한 후 ▶1990년대(1990~1999) 15구로 급감했지만 ▶2000년대(2000~2009년) 41구 ▶2010년대(2010~2017년) 30구로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최다인 8명의 한인 무연고자가 발생했으며, 지난 2013년에도 8명의 한인이 무연고자로 처리됐다.
가장 최근인 2017년에는 데이빗 강(61)씨와 김동철(58), 서봉(73)씨가 가족들의 품에 돌아가지 못한 채 하트 아일랜드에 묻혔다.
한인 무연고 사망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한인 밀집지역인 퀸즈(58%)였으며 맨하탄(25%), 브롱스(8%), 롱아일랜드(7%)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9.2%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27%, 60대 20.8%, 80대 12.5%, 40대 8%, 기타 0.3% 순이었다.
남성이 79%로 여성 16%(성별미상 5%)보다 4배 넘게 많았다.
이처럼 시신인수 포기자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민후 가족 관계가 단절된 경우도 있지만 경제적 문제가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인 장의사의 한 관계자는 “시신인수 포기자 유족 대다수는 저소득층이 다수”라면서 “(고인과) 수십 년간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경제적 형편마저 어렵다 보니, 유족이 시신 인수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인사회에 홀로 사는 노인 인구 증가와 가족 간의 유대 약화도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무연고 사망자 공동묘지가 위치한 하트 아일랜드는 1880년대 중반까지 포로수용소 등이 있던 섬으로 1969년 뉴욕시가 매입하면서 이후 교도소와 무연고 시신 매립지로 활용돼 왔다. 매년 약 800명의 성인 시신과 소아병동에서 이송된 500명의 신생아 시신이 이곳에 안장되며 현재 약 100만 구 이상의 시신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