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에게 주방 보조
막말 인격 무시 일쑤
외교부 전면 조사
육군 대장인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가 공관병들을 ‘몸종’처럼 부린 갑질 파문에 이어 외교부 해외 공관에서도 행정직원이 공관장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례들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한국 외교부가 전 세계 대사관과 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소속 행정직원 등에 대한 부당대우 실태 파악을 지시하는 등 조사에 나서 파문이 확대될 전망이다.
내일신문에 따르면 동유럽 소재 한 공관에 근무했던 한 주재관은 “공관장 부인들의 갑질이 장난이 아닌 수준”이라며 “이 공관 대사의 부인은 대사관에서 각종 파티를 열어놓고는 따로 사람을 쓰지 않고 행정직원들을 동원해 뒤치다꺼리를 다 떠맡겼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귀국해 다른 공관에 근무했던 동료들과 대화해보니 비슷한 문제가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면서 “공관장 부인들이 행정직원들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는 건 당연하고, 사람을 직급에 따라 분류해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지역 한 대사관에서는 대사가 TV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정이 넘은 시각에 여성 행정직원을 불러 손을 보도록 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에는 파나마 대사의 부인이 공관 인턴에게 10시간 넘게 주방보조 일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으며 일부 공관에서는 행정직원이 공관장 가족들이 쓰는 변기를 뚫거나 안방 전구를 갈아 끼우는 등 허드렛일 지시로 논란이 됐다.
뉴욕 총영사관에서도 지난해 전임 총영사가 재임 당시 행정원들을 대상으로 관저공사 비리 청문회를 개최하고 막말을 하는 등 갑질 의혹이 제기돼 외교부 본부로 조사를 받았으며, 홍콩 총영사관의 경우 3월 개최된 한인 간담회에서 민간인 자격인 총영사 부인이 회의를 주도해 청와대에 탄원서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런 갑을 관계의 병폐가 주칠레 한국대사관이나 주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성추행, 성폭행 사건을 일으킨 원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외교부는 지난 7일 대통령 지시에 따라서 전 재외공관 소속 행정직원에 대한 부당대우 점검 및 행정직원 사적 업무 동원 금지 등 엄정한 재외공무원 복무관리를 지시했고, 현재 실태를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공문을 통해 LA 총영사관을 비롯한 전 세계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행정원 및 공관직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우 익명으로 건의할 것을 지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재외공관 근무 외교관과 행정직원 상호간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고, 외교관으로서의 품위와 위신 유지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고 조 대변인은 전했다.
조 대변인은 “외교부는 행정 직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 열악한 처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행정직원의 업무 전문성을 강화하고 존중하는 조직문화 조성, 제도 마련,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고 있다“며 ”잘못된 관행들을 즉각 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