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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얼 김. 잊혀진 위대한 작곡가

한국인 작곡가 얼 김(Earl Kim, 1920-1998)의 존재는 거의 충격에 가까웠다. 지난 4일 LA한국문화원에서 다큐멘터리 ‘얼(Earl.)’을 보고난 감상은 놀라움과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클래식 음악애호가로서 오랫동안 수많은 콘서트를 다녔고, 특히나 현대음악을 좋아해서 웬만한 작곡가의 이름은 꽤 익숙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제껏 얼 김의 이름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무척 당혹스럽고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었다.얼 김(한국이름 김을)은 아놀드 쇤베르크, 에른스트 블로흐, 로저 세션스의 제자였고, 오랫동안 프린스턴과 하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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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기부여왕’ 매켄지 스캇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YWCA 사무소장 프란체스카 레트레이는 2020년 11월 한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매켄지 스캇이 기부를 하려는데 몇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인터넷 검색에서 ‘매켄지 스캇’을 찾아본 그녀는 책상을 부여잡았고, “100만달러를 기부할테니 은행계좌를 알려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울음을 터뜨렸다.복권당첨과도 같은 이런 행운의 스토리가 지난 4년간 꽤나 많이 들려왔다. 미국의 수많은 봉사단체, 비영리 공익단체들은 갑자기 거액의 기부를 제안하는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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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두다멜, 살로넨, 콘론이 떠난다

미 서부지역 클래식 음악계가 지각 대변동을 앞두고 있다. 2025~26년에 LA와 샌프란시스코의 큰 기둥들인 구스타보 두다멜과 에사 페카 살로넨, 제임스 콘론이 모두 떠나기 때문이다.두다멜 LA필하모닉 음악감독이 뉴욕필로 가는 소식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바로 지난주에 콘론과 살로넨 마저 LA오페라와 샌프란시스코심포니의 음악감독 직을 사임한다는 발표가 잇달아 나오자 음악계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들의 떠남이 시기적으로 겹친 것은 우연이지만 세 거장 덕분에 수준 높은 음악을 향유해온 음악팬들에게는 졸지에 큰 충격이자 손실이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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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공동체가 돌보는 '치매마을'

수년 전 잘 아는 분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상당히 많이 진행된 상태였는데 가족이 오랫동안 몰랐던 것은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니라 ‘전두측두엽 치매’였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자신을 잊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기억과 일상생활의 장애인 반면, 전두측두엽 치매는 기억력은 있으나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하고 행동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많은 경우 노화현상인줄 알고 지나치기 쉬운 질환이다.증세가 심해지자 그 분은 전문시설로 옮겨졌다. 밸리의 5베드룸 주택에서 중년의 한인부부가 치매환자들을 돌보는 곳이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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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여자의 성, 라스트 네임

결혼하면 으레 여자가 남편 성을 따르는 것이 미국의 관습이지만, 오래전 결혼했을 때 나는 성을 ‘반’만 바꿨다. 즉 회사에서는 원래의 성을 그대로 쓰면서 가족서류에서만 남편의 성을 따른 것이다. 당시 이미 기자였고 신문에 정숙희 기자로 나가고 있었으니 갑자기 이를 바꾸는 것이 더 이상했기 때문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선배와 동료 여기자들 거의 모두가 신문 바이라인에는 자신의 성을, 가족의 라스트네임으로는 남편의 성을 사용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가 무슨 페미니스트라든가 여권신장을 위해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한국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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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여자는 ‘작은 남자’가 아니다

지난달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색다른 안건 하나를 통과시켰다. 앞으로 60일 내에 소방국은 여성 소방대원 및 응급구조원들의 유니폼과 개인보호장비(PPE)를 여성의 신체조건에 맞게 만들라는 내용이었다. 이 뉴스를 들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 여자 소방대원들은 남자 제복을 입고 일했다는 말인가? 안 믿기지만 그랬다는 사실이 이날 드러났다.  수퍼바이저 회의에 참석한 여성 파이어파이터들은 유니폼이 너무 크고 무겁고 몸에 맞지 않아서 화재현장에서 대처하기에 너무나 힘들다고 증언했다. 어떤 경우 사람 생명을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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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니카라과에서 온 소년

줄리가 ‘무사히’ 돌아왔다. 이 칼럼에 가끔 등장하는 줄리는 중남미의 가난한 나라 니카라과에서 여성과 아이들 돕는 일을 18년이나 꾸준히 해온 친구다. 니카라과를 제집 드나들 듯 했던 그녀가 그런데 지난 몇 년간은 자주 가보지를 못했다. 다니엘 오르테가 독재정권이 들어선 후 언론과 종교계, 비영리단체들에 대한 탄압과 추방이 계속되고 있어서 자칫 그녀의 작은 사역에도 영향이 미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초, 아무래도 1년 반 만에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나섰을 때 주위에서는 걱정들을 많이 했다. 그래서 무사하다는 신호로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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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세계 최고의 와인: 나파, 컬트, 다나…

와인 가격을 알아볼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검색사이트는 ‘와인 서처’(wine-searcher.com)다.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의 가격을 일목요연하게 스토어 별로 비교해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와인정보에 대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백과사전처럼 이용할 수 있는 인기 사이트다. ‘와인 서처’는 매년 연말 ‘월드베스트 카버네 소비뇽’ 탑10을 발표한다. 카버네의 본고장 보르도 와인은 따로 선정하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한 세계최고의 카버네 소비뇽 리스트에는 언제나 나파 밸리 와인들이 포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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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인류의 미래: 아프리카

새해 세계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섰다. 미 센서스국은 작년 한 해 동안 인구가 7,500만명이 증가해 총 80억5,000만명이 되었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유엔의 통계에 따르면 인류는 기원전 1000년경 1억명이 살고 있었고, 기원 원년에 2억, 중세시대인 1000년에 3억명, 산업혁명기 1700년에 10억명을 돌파했다. 이어 1900년에 20억, 1959년 30억, 1987년 50억, 그리고 2023년에 80억을 넘어선 후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 추세라면 2057년에 100억을 찍고 2100년경 110억에서 피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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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마이클 잭슨: 영화, 서커스, 뮤지컬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서 미처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 특별함을 알아채고 깜짝 놀라게 되는 건 그가 떠나고 난 뒤, 더 이상 익숙하고 친숙할 수 없어진 다음이다. 마이클 잭슨이 살아있었을 때 특별히 그의 팬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의 음악과 춤, 그 강렬한 비트를 좋아했고 음반도 몇 장 갖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딱 그 정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2009년 6월, 그가 50세 나이로 숨졌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머리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소리가 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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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아이 낳기 무서운 세상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거의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애들이 서른 마흔이 넘도록 결혼할 생각을 안 한다는 것, 결혼을 했어도 아이 낳을 계획이 없어 보인다는 것, 그리고 우리들 자신도 이제는 굳이 손주 보겠다는 기대와 욕심이 없다는 것이다. 공통된 이유는 “세상이 너무 무서워서…”다. 세상이 무서운 이유에는 범죄와 마약, 인종차별, 전쟁, 정치와 경제의 양극화 등 숱한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기후변화, 환경문제다. 폭염, 홍수, 가뭄, 산불, 해수면상승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갈수록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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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K아트, 한국미술 전성기

뉴욕 메트와 구겐하임, 필라델피아, 샌디에고, 덴버… 지금 미국의 주요 뮤지엄들에서 한국미술 붐이 일고 있다. 올 후반기에 잇달아 개막하는 ‘코리안 아트’ 특별전만 5개, 모두 한국과 미국이 공조하여 기획한 대형전이고, 조선시대부터 근현대, 실험미술까지 시기와 장르와 미디엄을 망라하고 있어 화단의 관심이 지대하다.지난 9월1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은 한국의 1960-70년대 실험미술을 소개하는 ‘오직 젊음’(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을 개막했다. 이 쇼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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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안달루시아에서 돌아본 삶

지난 달 열흘 동안 스페인 남부지방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스페인은 8년 전인 2015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마드리드를 거친 다음 북상해 리오하 와인산지와 빌바오 등 북부지역을 방문했었다. 당시 산티아고 순례길도 몇 구간 지나면서 묵묵히 걷거나 자전거를 끌며 가는 순례자들을 만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주변 풍광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내년 봄 본보 주최의 산티아고 순례 여정에 동참하는 분들은 그 여유로운 사색과 성찰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은 남부와 북부가 전혀 다른 나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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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우아한 ‘싸움닭’ 다이앤 파인스타인

1978년 11월27일, 샌프란시스코의 조지 모스콘 시장과 하비 밀크 시의원이 동료였던 댄 화이트가 쏜 총에 맞아 암살당했다. 전직 시의원 댄 화이트는 시의회의 진보 노선에 반대하며 사임했다가 다시 복귀하려던 중이었는데, 밀크와 모스콘 시장이 이를 막으려는 조짐을 보이자 앙심을 품고 두 사람을 저격한 것이다. 그날 아침 시청에서 첫 번째 총성을 듣고 가장 먼저 사무실에서 뛰쳐나온 사람이 다이앤 파인스타인 시의원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화이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고, 바로 직후 또 한방의 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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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돈 조반니·다폰테·카사노바

LA 오페라의 2023-24시즌 개막작인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Don Giovanni)는 여자를 너무 밝히는 호색한이 온갖 범죄를 저지르다가 종국에는 지옥 불에 떨어지는 이야기다. 치마만 둘렀으면 모두 ‘작업’에 들어갔던 조반니의 화려한 여성편력을 시종 레포렐로는 유명한 아리아 ‘카탈로그 송’에서 이렇게 노래한다.“주인님이 사랑한 미인들의 명단입니다요. 이탈리아에서 640명, 독일에서 231명, 프랑스에선 100명, 터키는 91명, 스페인에서는 1,000명 하고도 세 명이나 되죠. 시골아가씨, 하녀, 도시처녀, 백작부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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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도넘 에스테이트의 조각공원

와이너리 여행을 하는 이유는 맛있는 와인들을 현지에서 마시고픈 열망 때문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물 그리고 함께 어우러진 예술품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이다. 2000년대 이후 나파 밸리와 소노마 카운티에는 거대자본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와이너리들이 엄청나게 멋있어졌다. 가족들이 운영하던 소규모 와이너리들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내노라하는 세계 재벌들이 비싼 땅을 몇백 에이커씩 사들여 지은 세련된 건축물과 최첨단 양조시설, 산과 굴을 파서 만든 자연셀라 등 한번 돌아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지는 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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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반려견은 자식이다

지난 금요일 우리 신문 2면에 색다른 광고가 실렸다. “우리 강아지 Buddy를 찾아주세요”란 제목의 큼지막한 전단 광고, 강렬한 빨강과 진노랑 색으로 띠를 두르고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강아지의 사진이 4장이나 실려 있어서 유난히 눈에 띄는 광고였다. 간혹 전봇대 같은 곳에 실종된 애완견을 찾아달라는 전단이 붙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한국어 일간지, 그것도 2면에(광고비는 앞면일수록 비싸다) 개 찾는 광고가 실린 일은 처음이지 싶었다. 게다가 보상금이 5,000달러나 되니, 누구보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사연이 궁금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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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어떻게 죽을까

얼마 전 친구들과의 대화 도중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한 지인이 안락사를 선택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이야기였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불치병에 걸렸고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더 이상 의학적 치료는 아무 효과가 없다. 그런데 육체적 통증이 너무 심해서 살아있는 매순간이 고통의 연속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질문에 친구들은 모두 “스스로 죽음을 택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사는건 사는게 아니다… 태어날 때는 내 뜻이 아니었지만 갈 때만큼은 내 의지대로 가고 싶다… 죽는 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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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아폴로와 아르테미스와 오리온

그리스 올림포스 산에서 살았다는 열두 신 중에 쌍둥이남매가 있다. 태양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다.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이 남매는 둘 다 활쏘기 명사수여서 궁술의 신으로 불리는 한편 각자 다양한 전문분야를 관장한다. 델포이 신전의 주인공 아폴론은 태양과 낮, 예언, 의술, 음악과 시를 주관하는 신이다. 반면 아르테미스는 달과 밤, 궁술과 사냥, 야생의 모든 동식물을 관장하면서 평생 결혼하지 않고 남자를 가까이 하지 않은 순결의 수호신으로 유명하다. 처녀신 아르테미스는 차갑고 무뚝뚝한데다 남자를 너무 혐오해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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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위대한 항해자 '보이저'

지난달 21일 성간우주를 항해중인 ‘보이저’ 2호와 교신이 끊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실수로 엉뚱한 명령어를 전송하면서 탐사선의 안테나 방향이 2도 가량 틀어져 46년 만에 처음으로 교신이 끊긴 것이다. 나사는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계속 수정 명령을 보내고 초대형안테나로 신호를 포착하려 애쓰던 중, 2주 만인 8월1일 보이저 2호의 미세한 ‘심장박동’을 수신, 교신 재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쌍둥이우주탐사선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는 인간의 과학기술이 만든 가장 경이로운 물체다. 나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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