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삶과 생각] 한국 화장실의 눈부신 변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4-13 14:18:40

삶과 생각,채수호 자유기고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채수호(자유기고가)

 

화장실만큼 우리 삶에 중요한 장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하루에 너댓 번은 반드시 들려야하는 곳이 화장실이다. 시간으로 치면 하루 이삼십 분, 연간 5-7일 정도, 한평생으로 치면 무려 2년 가까운 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중요한 화장실이지만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처갓집과 화장실은 멀리 있을수록 좋다는 옛말이 있듯이 냄새나고 불결한 화장실은 어쩔 수 없이 가기는 가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집 뒤에 있다 하여 뒷간 또는 측간(厠間)으로 불렀고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만든 ‘변소(便所)’라는 냄새나는 이름이 아직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근사한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화장실을 멘스룸(Men’s Room), 레이디스룸(Ladies’ Room), 레스트룸(Restroom), 배스룸(Bathroom) 등으로 부르며 남자 이름인 쟌(john)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국인 못지않게 유머감각이 풍부한 우리 선인들도 화장실을 ‘근심을 푸는 곳’이라 하여 ‘해우소(解憂所)’라는 우아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화장실이 좌변기에서 수세식 양변기로 바뀐 것이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강남권 개발과 아파트 단지 신축으로 수세식 양변기가 보급되기 시작하였으며 그 전까지는 거의 모두 재래식 좌변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1970년대 중반 필자가 처음 미국에 출장 나왔을 때 애리조나주 어느 산골짜기에 있는 공중 화장실에 들렀다가 두루말이 화장지가 걸려있고 청결하고 냄새도 안 나는 것에 문화적인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때 한국은 냄새나는 재래식 좌변기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신문지를 잘게 잘라 화장지로 사용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 한국의 화장실을 보고 그 눈부신 변화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오성급 호텔의 화장실 못지않게 청결하고 쾌적하며 서울시내 빌딩 화장실에는 거의 모두 비데가 설치되어있다.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에까지 비데가 놓여있는 곳이 많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보급율이 매우 낮은 비데가 한국에서는 이미 필수품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비데를 사용해서 물로 세정하는 것과 마른 종이를 사용하는 것은 느낌이 천지 차이일 뿐 아니라 위생적인 면에서도 비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비데를 한번 사용해본 사람은 다른 것은 못해도 비데만은 꼭 장만하려고 하는 것이다.

가끔씩 모국을 방문할 때마다 비데를 써보고 그 상쾌하고 청결한 느낌을 못 잊은 필자도 마침내 비데를 설치하였다. 고급 모델은 값도 비쌀 뿐 아니라 전문 플러머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다. 생각 끝에 온라인에서 보급형 모델을 아주 저렴한 금액에 구입하였다. 건조기능이나 자동 각도조절, 노즐 자동이동 등 여러가지 편리한 기능이 없이 필요한 곳에 물만 내뿜어주는 방식이라 전기연결도 필요 없고 혼자서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었다.

비데를 설치하고 나니 매일 아침 화장실 출입하는 것이 즐겁고 상쾌해졌다. 제품의 기능이 간단해서 노즐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 정확하게 물을 쏘아주기 위해서는 엉덩이를 대신 움직여주어야 한다. 비데 덕분에 아침마다 전후좌우 회전운동까지 하면서 힘차게 엉덩이를 흔들어주니 늙어서 엉덩이 운동할 기회가 없던 나에게는 이 또한 일석이조 아닌가. 

[삶과 생각] 한국 화장실의 눈부신 변화
채수호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트러스트 설립과 관련해서 제일 먼저 듣는 질문들”
[전문가 칼럼] “트러스트 설립과 관련해서 제일 먼저 듣는 질문들”

김인구 변호사 질문 1. 트러스트가 뭔가요? 종이위에 써진 문서 아닌가요? 회사처럼 여러 경제활동을 할수 있는 법적인 존재 아닌가요?기본 성격: 종이 위에 작성된 문서가 맞음. 그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멸의 미학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멸의 미학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한국의 50년이 넘은 지인 장 0 0로부터 받은 해 저물녘의 아름다운 영상에 환호하고 있다. 석양에 붉게 타오르는 노을의 장관은 참으로 경이롭다.

[신앙칼럼] 라함의 축복(Blessing of Raham, 마Matt. 5: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 “긍휼(Mercy)”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는 ‘엘레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선거는 끝났다. 1년 이상 치열하게 선거전을 펼치며 당선을 위해 올인했던 대통령 후보와 지방자치 선출직 후보들이 더이상 열전을 할 일이

[시와 수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별 하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 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한자와 명언] 修 練 (수련)

*닦을 수(人-10, 5급) *익힐 련(糸-15, 6급) 학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가정 교육’인데, 이를 문제시 삼지 아니하는 사회적 풍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병들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월우 장붕익(애틀랜타문학회 회원) 계절이 지나가는 숲에는햇빛을 받아금빛 바다를 이루고외로운 섬  통나무집에는소년의 작별인사가 메아리쳐 온다 총잡이 세인이소년의 집에서 악당들을  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신청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신청

최선호 보험전문인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65세 전후가 상당히 중요한 나이가 된다. 은퇴할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은퇴하는 경우에도 그렇지만, 자영업

[애틀랜타 칼럼] 가정 생활의 스트레스

이용희 목사 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 가지 잘 한 것이 있었는데 책을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대표로 책을 읽으라고 많이 권유를 했습니다. 제가 목사가 된 후에 가장

[벌레박사 칼럼] 집 매매시 터마이트 레터 준비하기

벌레박사 썬박이곳 조지아는 집 매매시 터마이트 클로징 레터(Termite clearance letter) 가 반드시 필요한 필수 서류는 아니지만, 집 매매시 대부분의 바이어가 요구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