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새크라멘토 CBMC 회원)
50세가 되던 해에 “50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라는 베스트셀러를 읽은 적이 있다. 그해 나름대로 나의 50대를 준비하고 싶어서였다. 이 책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흥분된 것, 자극을 주는 것보다 지루한 시간들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저자는 지루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미 한국도 일본도 고령화시대에서 살고 있다. 고독사라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한국에 홀로 지내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전화드릴 때마다 어머니는 혼자 계신 것이 제일 두렵다는 말씀을 종종 하신다.
젊어서 혼자 사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던 것은 젊음이라는 에너지 때문일 수도 있고 다음날 해야 할일이 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의 삶은 다음날도 꼭 이루어야하는 일이 없이 하루를 보내야하는 경우가 많고 80세 이후는 더욱 다음날에 무슨 일이 있을까라는 기대보다는 지루하고 평안한 일상이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인 생활일 것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 수 있는 일들에 제한이 생기고 흥미로운 일들도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날이 올 때를 대비해서 어떻게 하면 시간을 풍요롭게 보내며, 조용함을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소소한 일상을 즐거운 시간으로 만드는 것 중 하나는 계절의 변화에서 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다. 지금 봄이라 그런지 형형색색의 꽃을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며 감탄하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지루함보다 평안함과 감사를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늘 있는 일상이지만, 어느 날은 집을 깨끗이 정리하고 커피 한잔 마실 때 적막하다기보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듯하여서 마음이 풍요해진다.
늦었다 생각 말고 하고 싶었던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은 또 어떨까? 그림이나 음악, 등산 등 즐거움을 찾기에 충분할 듯하다. 침묵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365일 흘러가는 일상이 날마다 특별하게 무슨 일을 한다면 숨찰 것 같다.
차분하게 내면을 바라보는 사색의 시간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다. 예전에 어느 초막 같은 오두막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그 집의 밥 냄새가 날 것 같은 평화로움이 보였다. 활기찬 에너지도 좋지만 지루하지만 잔잔함 속에서 오는 조용한 에너지가 평안을 주는 것을 즐기는 것도 나이 들어가면서 가질 수 있는 좋은 것 중 하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