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배출량 ‘세탁’ 지적
청정·재쟁 에너지 투자로
새로운 기술로 산업을 선도하는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이 환경오염과 관련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실제보다 적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마존이나 메타 등 빅테크가 실제 오염물질 배출량을 숨길 수 있도록 슬그머니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면서 이는 이들 기업이 내건 탄소중립(Net-ZERO·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는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자칭 친환경 사업의 선두 주자인 아마존의 경우 스스로 설정한 목표보다 7년 앞서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클라우드 컴퓨팅 경쟁사에 비해 전기를 훨씬 많이 사용했고 기후 온난화를 촉진하는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했다.
이런 불일치는 각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방법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청정 전력 계획에 대한 투자를 활용해 실제 에너지 관련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다. 즉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금만큼 실제로 배출한 오염물질을 삭제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계산법에 따라 기업은 환경오염 분야에서 영웅이 되거나 악당이 될 수도 있다.
메타는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이 이미 ‘넷제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FT가 관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전력 소비로 인한 실제 CO₂ 배출량은 390만t이나 된다. 보고서에는 273t에 불과한 것으로 돼 있다.
빅테크들은 전력 소모가 심한 인공지능(AI)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앞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 사용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전력 사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공개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물밑에서 노력 중이다.
관련 문서에 따르면 아마존, 메타, 구글을 포함한 기업들은 탄소 회계 감독 기관인 온실가스 프로토콜에 자금을 지원하고 로비했다.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연구에도 자금을 댔다.
빅테크 업계 내에서도 규정 개정에는 의견이 나뉜다. 아마존과 메타는 실제 오염과 거의 관련이 없고 배출에 대해 제대로 보상도 하지 않은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련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은 “기업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기 힘들도록 규정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기업들은 이 방식이 “정확한 배출 데이터와 투명성을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기업들이 보다 밀접하게 비교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상쇄하도록 하자고 제안했지만 아마존과 메타 등으로부터 비용이 많이 들고 너무 어려운 방식이라며 비판받았다.
풍력, 태양열, 수력 등 청정에너지 발전시설이 전력을 생산할 때마다 소유자가 재생 에너지 인증서(REC)를 발급하고 기업들이 이를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업들은 연결된 전력망의 구성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고, 시스템상으로 ‘깨끗한’ 전력과 ‘오염된’ 전력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인증서 거래방식은 합리적인 절충안이며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든버러 대학의 매튜 브랜더 교수는 이런 거래는 휘발유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동료로부터 오염물질 배출 권리를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