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도 손발이 시리거나 저린 사람이 있다. 체질 탓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발 시림이나 저림 증상은 신경·혈관장애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볍게 보면 안 된다. 몸 신경계는 중추신경(뇌·척수)과 말초신경계로 나뉜다. 말초신경은 중추신경 신호를 몸 구석구석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손발에도 말초신경이 있어 감각을 느끼고 움직일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 16만 명 넘게 발생
말초신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당뇨병ㆍ만성콩팥병ㆍ갑상선 질환 등 전신 질환이 있을 때다. 또한 손목 인대가 두꺼워져 그 아래 말초신경이 눌려 손이 저리는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국소 질환도 말초신경병을 일으킨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16만4,307명(2022년)으로 하루 450명 정도가 병원을 찾는다.
말초신경병 특징은 ‘저림’이다. ‘저리다’ ‘아리다’ ‘따끔따끔하다’ ‘얼얼하다’ ‘화끈화끈하다’ ‘전기가 흐르는 듯이 찌릿찌릿하다’ 등의 신경병성 통증 증상이 발생한다. 또한 신경 기능이 떨어져 ‘감각이 둔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 밖에 손발이 차가운 느낌, 차가운 것에 유난히 민감한 ‘시림’ 증상도 있다.
특히 말초신경병은 실제 눈에 보이는 굵은 지름의 신경섬유가 손상되기도 하지만 굵은 신경에서 가지를 쳐서 피부 속 작은 신경섬유에 문제가 생기는 소섬유신경병 환자에게서도 잘 나타난다.
소섬유신경병에서는 시림 등 손발 이상 감각 외에도 자율신경 기능이 떨어져 땀 분비 이상, 안구 건조, 입마름, 기립성 어지럼증, 설사, 변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머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즉 발가락, 발바닥, 발등, 발목, 손가락으로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소섬유신경병의 경우 환자의 30~50%에게서는 별다른 원인 없이 발생한다. 따라서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긴 어렵지만 꾸준한 유산소운동·반신욕 등이 도움 된다.
증상이 심하면 신경병성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약물이 증상 호전에 도움 된다. 또한 소섬유신경병 원인 중 당뇨병 비중이 크므로 혈당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손발 시림의 또 다른 원인은 혈관 문제다. 레이노병은 팔다리 동맥이 간헐적으로 수축돼 혈액이 통하지 않아 손발 끝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픈 질환이다. 이때 손발을 만지면 피부가 차갑다. 갑자기 추운 환경에 손발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혈관확장제 같은 약물 요법을 하기도 한다.
또한 버거병은 레이노병처럼 팔다리 혈관 문제로 피가 통하지 않아 팔다리 색깔이 변하고 아프다. 걷기 등 운동할 때 다리에 혈액을 더 공급해야 하는데 혈액순환에 문제가 발생해 통증이 생긴다. 심하면 팔다리 조직에 혈액이 전달되지 않아 괴사하기도 하므로 조기 발견·치료해야 한다.
버거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이 중요한 발생과 악화 인자로 돼 있으므로 금연해야 한다. 또한 전문클리닉을 방문해 말초혈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평가가 필요하며 약물요법이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레이노병·버거병 외에도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원인은 동맥경화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데 손발이 차면 말초혈관의 동맥경화성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초신경병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 전도 검사와 근전도 검사 등 신경생리검사가 주로 시행된다. 이형수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들 두 검사 모두 신경과 근육에 약한 전류를 흘려 보내 거기서 얻어지는 파형을 분석하는 검사로, 정확한 신경 병변 위치 파악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 밖에 의심 원인에 따라 혈액검사, 자율신경 기능 검사, 신경 초음파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택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손발 시림은 일상적으로 성가시고 불편하기에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유산소운동이 필요하고 당뇨병 환자라면 적절한 혈당 관리와 금연을 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