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혜정 교수
# 38세 남성 박모 씨는 2년 전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일상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몇 개월 전부터는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오르면 숨이 차올랐지만 최근 운동을 하지 않아 그런 거라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며칠 전부터는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돼 근처 내과를 방문했다. 검사 결과 혈압이 200/130mmHg로 매우 높게 나왔고 상급병원 전원을 권유받았다. 상급병원의 정밀검사 결과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으로 심기능 저하가 확인됐고, 결국 고혈압성 심장병을 진단받았다.
■최근 젊은 층에서 급증하는 고혈압
고혈압은 대표적인 노인성 만성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40대 미만에서 30%가량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40세 미만 성인서 고혈압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7년 19만5,767 명에서 2021년 25만2,938 명으로, 4년 만에 무려 29.2%나 증가했다. 특히 20대 고혈압환자는 44.4% 상승해 젊은 층에서 고혈압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고혈압은 전 세계 사망 원인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것을 모른 체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 ‘침묵의 병’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젊은 층은 우연하게 고혈압을 진단받아도 불편한 증상이 당장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른 치료 없이 방치하는 경향이 있어 중·장년층보다 위험할 수 있다.
높은 혈압은 우리 몸의 장기를 손상시키기에, 젊은 고혈압 환자는 장기간 높은 혈압에 노출되고 각종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때문에 고혈압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의 진단과 원인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하며 혈액을 각 장기로 순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력이 혈압인데, 높은 숫자는 수축기, 낮은 숫자는 확장기 또는 이완기 혈압이라고 부른다. 고혈압은 18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진단한다.
고혈압은 크게 본태성 고혈압과 2차성 고혈압으로 분류하며, 그 중 90% 이상은 본태성이다.
발병 원인은 유전적 요인, 나이, 성별 등 불가피한 원인부터 흡연, 스트레스, 과도한 소금 섭취, 비만, 당뇨병 등과 같은 생활요인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특히 바쁜 일상으로 운동량이 줄고 소비성향의 변화로 외식 및 배달음식 위주의 짜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데, 이러한 생활 습관은 고혈압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진단 방법
고혈압은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뒷목 뻣뻣함 등 관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해당 증상 때문에 혈압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혈압을 한번만 측정해 고혈압으로 진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혈압은 평소 정확하게 측정하고 상시 점검해야 하는데 측정할 때는 앉은 자세에서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후 팔을 심장높이에 둬야 하며, 측정 전 카페인 섭취나 담배는 피해야 한다.
고혈압 진단에는 24시간 동안 활동 혈압을 측정해야 하지만 편의성이 나빠 잘 활용되지 않는다. 대신 가정혈압기기로 주·야간 혈압을 주기적으로 측정해 자가혈압을 확인하고, 모바일, 웨어러블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혈압측정기 등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다면 혈압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료 방법 및 마무리
고혈압을 치료하는 방법은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고혈압약제는 ACE 억제제, 칼슘채널차단제, 베타차단제, 이뇨제 등의 다양한 계열이 있는데 환자의 연령, 기저질환을 고려하여 전문가와 상의한 후 가장 적절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주 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저염·저칼로리 식단을 꾸준히 유지해야 하며, 자주 자가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스마트 워치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도 편리하게 자가혈압을 확인할 수 있다.
젊은 고혈압 환자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믿고 만성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고혈압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을 치료하는 이유는 단순히 혈압을 낮추기 보다는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약물치료도 병행한다면 고령까지도 건강한 심·뇌혈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범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