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반항의 상징' '입냄새 잡는 국민간식'이었는데…껌은 왜 외면받나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4-04-19 15:28:06

껌의 역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껌의 역사

껌이 위기를 맞았다. 짐작할 수 있듯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찾아온 변화이다. 최근 미국 폭스 뉴스는 껌이 외면당하는 현상에 대해 보도했다. 껌을 사거나 씹는 추세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되고 마스크를 쓰면서 사람들이 입냄새 걱정을 덜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밝혔다. 마트 등에서의 껌 충동구매도 줄어 2020년 기준으로 판매량 30%가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껌 소비 감소 추세는 팬데믹이 끝나고 나서도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3여 년 동안 바뀐 행동 양식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지난해 전 세계 껌 판매량은 160억 달러 어치로 전년 대비 고작 5% 증가했다. 

껌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홍보 전략으로 대처하고 있다. 껌을 스트레스 완화나 집중력 향상 등 ‘정신적 웰빙'을 위한 도구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껌의 기능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인데, 애초에 치아를 청결하게 해 줄 수도 있다는 껌 제품이 시장의 대세인 우리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이야기이다. 

■설탕 섭취 줄이며 껌 소비도 감소

한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2003년 5,000억 원대였던 시장 규모가 20년 만에 1,00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팬데믹 이후의 회복세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국내 껌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지난해 껌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큰 그림을 볼 때 껌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도 껌의 판매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다.

왜 사람들이 껌을 씹지 않게 된 걸까. 업계에서는 여러 갈래로 분석하고 있다. 일단 설탕 섭취를 줄이면서 껌 소비도 줄었다고 본다. 대체감미료를 쓴 껌은 선택지도 많지 않고 제맛이 아니라며 피한다. 가글액부터 민트, 사탕, 젤리 등 구강 청결을 위한 대체품도 늘어났다. 

이미지 문제도 있다. 껌은 태생적으로 반항적이거나 불량스러운 이미지를 품고 있다. 여기에 현실에서 무례하게 소리를 내서 껌을 씹는 이들 때문에 안 좋은 이미지가 쌓였다. 한때는 이러한 이미지가 문화적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유명한 뮤지컬 영화 ‘그리스'(1978)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온통 풍선껌을 씹어대며 분위기를 잡는다. 무려 10만 개의 껌이 촬영 소품용으로 쓰인 결과다. 하지만 껌의 종주국인 미국에서조차 이러한 이미지는 이제 유통기한이 다 됐다. 스마트폰이 껌의 쇠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2017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껌 판매가 2007년부터 감소세로 접어들었는데, 바로 애플이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내놓은 해이다. 

■신석기인들도 껌을 씹었다

인류는 꽤 오랫동안 심심풀이로 무엇인가를 씹어 왔으니, 껌의 역사는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자일리톨' 덕분에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듯 착각을 주는 핀란드의 키에리키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의 타르로 만든 껌이 발견됐다. 마야, 아즈텍, 그리스인들도 천연 고무인 치클이나 유향나무의 수지를 가공한 매스틱 검 등을 씹었다.

각기 다른 문명에서, 각기 다른 재료에서 비롯된 껌은 미국에서 우리가 아는 면모를 갖추었다.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영국인들이 미국 원주민이 씹은 가문비나무 수액의 수지를 본떠 껌을 제조한 게 시초였다. 

1848년에는 존 B. 커티스가 최초의 시판 제품인 ‘메인주의 깨끗한 가문비나무 껌'을 출시했다. 1850년쯤에는 석유에서 추출한 파라핀을 쓴 껌이 개발돼 천연 재료 제품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게 되었다. 단맛 보충을 위해 설탕을 계속 퍼먹으면서 껌을 씹는 문화도 있었다.

요즘 팔리는 것과 같은 껌은 1860년대에 출시됐다. 멕시코의 전 대통령 안토니오 로페스 데 산타 안나가 뉴욕의 토마스 애덤스에게 보낸 치클 덕분이었다. 마닐카라속의 고무나무는 상처를 입으면 껍질 보호를 위해 찐득거리는 수액을 분비하는데, 이를 중앙아메리카의 나와틀어로 치클이라 일컫는다. 졸이면 껌의 원료로 적절한 질감과 탄성을 품는다.

치클은 원래 고무의 대체품 개발 목적으로 발명가 애덤스에게 건네졌지만, 그는 산타 안나가 치클을 씹는 광경을 보고 실마리를 얻어 껌을 개발한다. 1871년 ‘애덤스 뉴욕 추잉검'이 출시됐고, 애덤스는 벼락부자가 됐지만 산타 안나에게는 아무런 이익도 돌아가지 않았다. 이후 블랙잭(1884), 치클렛(1899) 등이 연달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껌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그런 가운데 껌의 세계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건 미국 시카고의 리글리(Wrigley)사이다. 1891년 설립돼 요즘도 팔리는 ‘스피어민트' 등을 생산하는 리글리는 원래 과테말라에서 치클을 수입해 썼다. 그러다가 1952년 농부들 사이의 반목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농지개혁안으로 사회가 흔들리고 더 나아가 치클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리글리는 과테말라에서 치클 매입을 중단한다. 그리고 1963년 치클 대신 개발한 합성 고무를 활용한 껌을 출시한다.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한국 껌의 역사

한국에 껌이 소개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물자 부족에 시달린 일제는 치클 대신 오늘날 껌의 원료로 쓰이는 초산비닐수지를 개발했다. 그렇게 껌을 처음 맛봤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을 통해 본격적으로 껌에 익숙해졌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았다. 전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씹히는 껌을 생산할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1956년 어렵사리 껌이 처음 출시되었다. 해태제과의 해태풍선껌이었는데 송진 냄새가 났고 질감도 매끄럽지 않았다. 

해태는 이후 일본에서 제조 시설과 자동포장기 등을 도입해 1959년 나아진 품질의 ‘슈퍼민트'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1966년에는 담배 모양의 ‘시가껌'을 출시했는데 금연보조용이라는 기능에 힘입어 유사품 30종이 난립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껌의 첫발은 해태가 내디뎠지만 본격적인 껌의 주도권은 롯데제과가 잡았다. 롯데는 1947년부터 일본에서 껌을 생산해 큰 경험을 쌓았다. 1956년 앞서 언급한 세계 최고의 껌 제조업체 리글리가 일본에 상륙했으니, 10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펼친 가운데 우위를 점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67년 한국 롯데를 설립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쿨민트껌, 바브민트껌, 주시민트껌, 슈퍼맨풍선껌, 오렌지볼껌 등 6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롯데껌의 대표 제품 삼총사로 자리 잡은 쥬시후레쉬, 후레시민트, 스피아민트와 향기를 강조한 이브껌이 1972년에 출시됐다. 1980년대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진 기능성 껌은 1994년 해태의 덴티큐, 2000년 롯데의 자일리톨을 통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롯데가 자일리톨을 통해 국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롯데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껌의 역사는 자일리톨 출시 전과 후로 나뉜다"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성을 강조한다. 

치아 건강과 입냄새 억제에 효능이 있음을 내세워 지난해까지 2조3,0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두었다. 판매량으로 따지면 매년 1억2,000갑, 전 국민이 연간 2갑 이상씩 씹을 수 있는 양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우체국입니다…” USPS 사칭 ‘스미싱’ 사기 기승
“우체국입니다…” USPS 사칭 ‘스미싱’ 사기 기승

“우편물 배달에 문제”무차별적 문자 메시지피해자 클릭하게 현혹개인 금융정보 등 노려 한인이 받은 USPS 사칭 사기 문자. 발신 번호에 필리핀 국가번호(69)가 찍혀 있다. [독자

에너지 절약 효자 단열재… 아무것이나 쓰면 안돼
에너지 절약 효자 단열재… 아무것이나 쓰면 안돼

주택 단열만 잘해도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추운 겨울철 외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단열재는 외부의 찬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더운 여름철에는 실내 냉방

‘옐프’리뷰 읽으면 내년 홈 디자인 트렌드 보인다
‘옐프’리뷰 읽으면 내년 홈 디자인 트렌드 보인다

맛집을 찾기 위해‘옐프’(YELP)를 검색하는 사용자가 많다. 옐프는 사용자 리뷰와 평가를 기반으로, 지역 비즈니스 및 서비스를 검색하고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사용자

감각 기능을 유지해야 젊음도 지킬 수 있다
감각 기능을 유지해야 젊음도 지킬 수 있다

청력 저하, 치매 위험 두 배 높이는 위험인자서서히 진행되는 시력 저하, 주기적 검진 필요 나이가 들수록 몸의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지고 시력과 청력, 후각 역시 노화로 인한 변화를

대학 신입생 등록 큰폭 감소… 등록률 낮은 대학 공략 기회
대학 신입생 등록 큰폭 감소… 등록률 낮은 대학 공략 기회

FAFSA 지연이 직접적 원인일자리 늘어 취업 선택 증가어퍼머티브 액션 취소 영향지원 대학 검색 폭 확대 전략 2024학년도 가을 학기 대학 신입생 등록률이 예년에 비해 많이 감소

AI로 심방세동 위험 예측한다
AI로 심방세동 위험 예측한다

심전도 나이, 실제보다 높을수록 발병↑“다른 심장질환 예측에도 활용 기대”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빈맥성 부정맥과 비정상적으로 느린 서맥,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간헐적 단식보다 낫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겼더니…
간헐적 단식보다 낫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겼더니…

40~60대 4500여 명 10.6년간 추적조사하루 식사횟수·인슐린 저항성 연관성 분석 공복시간을 최대한 길게 갖는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는 가운데 규칙적으로 하루 세끼를 챙겨먹는

2030 남성 노리는‘강직성 척추염’… 이것만 잘 지켜도 예방
2030 남성 노리는‘강직성 척추염’… 이것만 잘 지켜도 예방

■ 홍석찬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아침 기상 후 뻣뻣한 느낌… 3개월에 걸쳐 통증 나타나조기 진단해 적절한 치료 받아야 척추 진행 막을 수 있어 <사진=Shutterst

원조 베낀 ‘오레오’… 세계서 가장 잘나가는 과자 된 비결
원조 베낀 ‘오레오’… 세계서 가장 잘나가는 과자 된 비결

오레오와 하이드록스의 엇갈린 운명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과자는 무엇일까. 독일의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오레오'다. 2014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신종 ‘딥페이크’ 스캠 사기 기승
신종 ‘딥페이크’ 스캠 사기 기승

AI로 지인 목소리·영상감쪽같아 더 속기 쉬워기관 사칭 등 범죄 심화내년 더욱 급증할 전망 노인과 이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사칭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