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일교차로 면역력이 떨어지지만 각종 바이러스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계절이다. 자녀들의 야외 활동이 늘면서 조심해야 할 감염병의 하나가‘수족구병’이다. 수족구병은 4월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6월 중순 또는 7월까지 유행하는 급성바이러스 질환이다. 영유아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집단생활에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
어린이집 등 집단생활에서 많이 전염돼
이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족구병은 날씨가 온화한 봄철 이후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 비교적 전염성이 강해 한 아이가 걸리면 다른 아이도 쉽게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수족구(手足口)병은 병명 그대로 손·발·입안에 물집이 잡히는 질환이다. 영어 질환명 역시 ‘Hand-foot-and mouth disease’다. 원인은 콕사키바이러스(Coxsackievirus A16) 또는 엔테로바이러스 71(enterovirus 71) 등 장바이러스 감염이다.
엔테로바이러스 71에 의해 생긴 수족구병이 콕사키바이러스보다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뇌염·마비성 질환 등 심한 신경계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생후 6개월에서 5세 이하 어린이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침·가래·콧물·대변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수족구병은 손·발·입안 안쪽 점막과 혀·잇몸 등에 수포성 발진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영유아는 발뿐만 아니라 하지나 기저귀가 닿는 부위에 수포가 발생하기도 한다.
발진은 발보다 손에서 더 흔하고, 3~7㎜ 크기의 수포성으로 손바닥과 발바닥보다는 손등과 발등에 더 많다. 또 발열·두통과 함께 설사·구토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물을 삼키거나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워 탈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드물게 뇌간뇌염, 뇌수막염, 급성이완성 마비, 신경원성 폐부종, 폐출혈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증상은 열나는 감기와 비슷하다. 대개 가벼운 질환으로 미열이 있거나 열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입안의 물집이 터져 궤양이 생기면 음식을 먹을 때 아프기에 일시적으로 식사량이 줄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7~10일 후면 자연 회복된다.
자녀가 수족구병에 걸렸다면 우선 잘 먹여야 한다. 입안이 아파 잘 먹지 못할 때는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준비한다.
뜨거운 음식보다는 온도를 낮춘 음식을 더 잘 먹을 수 있다. 설사만 없다면 요구르트·소프트 아이스크림 등을 먹일 수도 있다.
찬물도 괜찮다. 열이 많이 난다면 해열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미지근한 물수건을 잘 짠 후 몸통을 닦아준다.
다만 수족구병을 진단받은 영유아가 ▲38도 이상의 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39도 이상 고열이 있거나 ▲구토·무기력증·호흡곤란·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거나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걸을 때 비틀거리면 합병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 교수는 “수족구병은 대부분 저절로 좋아지지만, 간혹 탈수나 합병증으로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아이가 잘 먹지 못하고 8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는 경우 탈수를 의심하고, 열이 심하면서 머리나 배를 아파하고 토하거나 처지는 경우에는 뇌수막염이나 심근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수족구병은 현재 예방백신이 없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선 자녀들이 손 씻기를 생활화하도록 지도하는 등 개인위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 장난감·놀이기구·집기 등을 소독하는 등 환경을 청결히 한다. 비말(飛沫)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침 예절도 준수하도록 한다.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는 열이 내리고 입의 물집이 나을 때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이 교수는 “수족구병은 주로 발병 첫 주에 가장 전염성이 크지만,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분변 등을 통해 수 주간 계속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다”며 “전염성이 강한 시기에는 자가 격리를 하고 이후에도 분변 관리나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