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 권봉성씨 등 서울대 문리대 OB 산악회
“60년 동안 산에서 쌓은 단단한 우정으로 히말라야 등반에 도전합니다”
1964년 서울대 문리대 입학 동기로 문리대 산악회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만난 세 친구가 있다. 세 친구는 주말이면 북한산과 도봉산 곳곳을 누비며 인수봉, 선인봉 암벽 등반을 했고 방학이면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을 오르며 4년을 동고동락했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 청춘시절 처음 만났던 이들은 어느덧 70대 후반이 돼 낼모레 여든을 앞두게 됐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친구들은 함께 산에 오른 60년을 기념해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서울대 미주동창회보에 따르면 남가주 한인 권봉성씨와 김남수, 조경석씨 등 3인방은 한국의 서울대 문리대 OB 산악회 히말라야 EBC 원정대의 일원으로 27일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해 경비행기를 타고 에베레스트 트레킹이 시작되는 루클라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 후 일주일동안 남체바자르(3,440m), 탕보체(3,860m), 페리체(4,240m), 로브제(4,950m), 고락셉(5,140m)을 거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5,400m)에 도착하는 것이다.
그리고 EBC에서 조금 더 올라가 전문 장비 없이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자 해발 8,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칼라파타르(5,643m)에 오른 후 내려온다는 계획이다. 이번 트래킹은 27일부터 4월11일까지 16일 일정이며 하산 길은 닷새를 예상하고 있다.
권봉성씨는 “가까이 사는 조경석과는 매주 같이 산에 다녔고 토론토에 살고 있는 김남수와도 매년 만나 등산을 했다”며 “올해는 문리대산악회 70주년이고 우리도 졸업한지 60년이니 그냥 넘기기 아쉽다고 얘기하다 히말라야에 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문리대산악회 70주년 기념을 겸하는 만큼 세 친구 외에 한국 문리대산악회 회원 윤석태, 조규배, 김학중, 노용국씨도 참여하기로 했다.
서울대 문리대산악회는 1954년에 창립했다. 1975년 관악캠퍼스가 생기면서 동숭동에 자리 잡고 있던 문리대의 이름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문리대 산악회는 한국 산악회에서 가장 권위 있고 역사가 깊은 산악회로 명맥을 잇고 잇다.
아무리 60년 동안 산을 탄 ‘산 사나이들’이라 해도 여든 가까운 나이에 여정이 고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권봉성씨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20년 동안 일주일에 2번씩 LA 근교에서 가장 높은 해발 3,067m 마운튼 볼디를 오르며 체력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이 네 번째 히말라야 도전이다.
<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