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 연방 대법원, 트럼프에 유리한 결정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전 유죄 판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방대법원이 2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관련 면책 특권 주장에 대해 심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싸움의 시간을 벌게 됨으로써 사법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심리 결정을 하면서 대법원이 정치적 고려를 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재임기(2017∼2021년)에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함에 따라 확고한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의 덕을 톡톡히 보게 된 셈이다.
앞서 작년 12월과 지난 6일 연방법원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 의원, 법무부 당국자,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등을 압박해 대선 결과 인증을 방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 면책 특권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면책특권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적용될 수 있지만 퇴임 후 민간인 신분이 된 전직 대통령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1, 2심 법원 판단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불복, 항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한 행위에 대해 형사 기소를 면제받을 수 있는지, 그렇다면 면제 범위는 어디까지로 제한되는지’ 등을 따져보기로 결정하고, 그에 따라 4월22일 구두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선과 관련한 이 결정의 함의는 면책특권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 자체보다, 그 판단을 내리기까지 소요될 시간과 깊이 관련돼 있다.
당초 3월4일로 예정됐던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연방법원의 재판 개정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대선(11월5일) 1∼2개월 전인 9월말∼10월께로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미국 언론은 보고 있다. 대법원의 업무 관행으로 미뤄 면책 특권 적용 여부에 대한 결정은 6월말∼7월초에 시작할 하계 휴정기간 개시 직전에 내려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 결정에 의해 설사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하급심 결정이 확정되더라도 트럼프 측에 변론 준비를 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형사재판 시작은 빨라야 9월말일 것이라는게 언론들의 예상이다. 가을에 재판이 시작되면 대선 전에 배심원들의 유무죄 평결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관측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연방 법원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 노력에 힘을 실었다”고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공화당 모든 경선에서 승리하며 대선 후보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유력시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통령 선거 본선 재대결에선 ’사법 리스크‘가 커다란 걸림돌이다.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와 공동으로 9∼12일 1,237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응답자의 25%, 무소속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각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범죄 혐의로 유죄를 받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유권자들 표심에 심대한 영향을 줄 자신의 ’대선 전 유죄 평결‘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은 ’희소식‘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잭 스미스 연방특별검사가 수사해 기소한 대선 뒤집기 혐의 건 외에도 성인영화 배우 입막음 자금 제공 혐의, 기밀 유출 및 불법보관 혐의, 조지아주 특검이 수사한 또 하나의 2020 대선 뒤집기 혐의 등 기소된 다른 3건의 형사 사건이 더 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법원이 관할하는 기밀 유출 혐의 사건은 당초 5월로 예정했던 재판 개정을 늦추기로 해 현재로선 언제 열릴지 미지수이고, 조지아주의 대선 뒤집기 혐의 사건은 기소를 담당한 특검과 그의 상사인 풀턴 카운티 검사장의 불륜이 드러나면서 크게 흠집이 났다.
성인배우 입막음 자금 제공 사건 공판은 대선 전에 진행될 수 있지만 사건의 무게감 면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생사 여탈권을 쥔 사건은 대선 뒤집기 혐의 사건이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대선 뒤집기 혐의 사건 공판이 대선 1∼2개월 전에 설사 시작된다 해도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6개월가량 일정이 지연되게 된 것 자체가 트럼프 측에 유리한 일일 것으로 미국 매체들은 진단했다. 대선 전까지 진행될 형사재판의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법 혐의가 유권자들에게 덜 노출될 것이고, 그만큼 표심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