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등 미혼 인구 급증에 ‘셀프 기프팅’ 40%로 늘어
미국 소비자 10명 중 4명이 밸런타인스데이에 자신에게 선물하는 이른바 ‘셀프 기프팅’(self-gifting)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과 미혼 등 독신 인구가 늘어나고 연인의 비중이 줄어들면서다. 셀프 기프팅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밸런타인스데이의 전통적인 선물 구매 패턴이 변화하자 소매업계가 셀프 기프팅 특수 잡기에 나서고 있다.
13일 월스트릿저널(WSJ)은 비혼과 함께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인구가 미국 성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남녀 사이의 연인 관계를 원치 않는 세태 풍조가 맞물리면서 남녀 사이에 선물을 주고 받는 전통적인 밸런타인스데이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밸런타인스데이에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셀프 기프팅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독신 인구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연방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중 미혼자의 비율은 49.2%로 1993년 41.9%에 비해 7.3%포인트나 증가했다. 여기에 연인 관계나 단순한 이성 교제를 원치 않는 소위 ‘나 혼자 산다’족도 늘어났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의 202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신 중 56%가 이 같은 ‘나 혼자 산다’의 삶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50%에서 늘어난 수치다.
이성 교제와 결혼을 하지 않는 솔로들이 증가하면서 밸런타인스데이의 선물 구매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가 지난해 1,000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의 소비자가 밸런타인스데이에 셀프 기프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매업계는 셀프 기프팅 소비층을 겨냥한 새로운 판매 전략을 구사하며 특수 잡기에 나서고 있다. 타겟은 하트 표시가 된 티셔츠와 스웨터를 판매하면서 “당신의 온 가족, 아니면 바로 당신에게 꼭 맞는”이라는 광고 문구를 앞세워 수요를 자극했다.
온라인 판매 플랫폼인 엣시의 경우 밸런타인스데이 선물 판매 섹션에서 선물 받을 대상 항목에 ‘내 자신’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셀프 기프팅 특수를 잡기 위해 비단 대기업만 나서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보석상이나 속옷 판매업체 등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여성 속옷 판매업체 어도어미는 셀프 기프팅 수요를 대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선물은 잊어라. 이것은 밸런타인스데이에 당신을 위한 당신에게 필요한 선물”이라며 판매에 나서고 있다. 맞춤 핸드백을 제작 판매하는 컬렉터스 케이지 역시 ‘당신으로부터, 당신에게로’(From You, To You)‘라는 홍보 메시지를 내걸고 셀프 기프팅 수요를 끌어 당기고 있다.
이 같이 소매업계가 셀프 기프팅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서는 데는 지난해 밸런타인스데이 특수를 누리지 못한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해 밸런타인스데이 샤핑 시즌 동안 매출은 전년 대비 4%, 판매량은 6% 각각 하락했다. 올해 셀프 기프팅 특수를 통해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업계의 의도인 셈이다.
밸런타인스데이의 셀프 기프팅 구매 패턴은 요식업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식당 예약 서비스 웹사이트 오픈 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때 식당 예약 중 3분의 1이 1인 예약 아니면 3인 이상 예약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