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래 가장 큰 5.2% 감소
유기농 전문 마켓인 홀푸드에서 하이네켄, 버드와이저를 제치고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맥주가 무알코올 맥주인 에스레틱(Athlethic)이 차지했다는 지난 3일 월스트릿저널(WSJ)의 보도는 미국 맥주 시장이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현실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에서 일반 맥주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무알코올 맥주 소비가 빈 자리를 채워 가고 있다.
미국 맥주 산업 조사업체인 맥주 마켓터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맥주 출하량은 1억9,520만배럴로 전년에 비해 5.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하량은 최근 24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2022년에도 전년 대비 3.5% 줄었지만 감소세의 속도는 지난해가 더 가팔랐다.
미국인들의 맥주 선호도 역시 감소세다. 갤럽 설문 조사에 따르면 맥주, 와인, 증류주 중 맥주 선호도는 지난해 37%로 1992년 47%에서 10%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술을 피하려는 젊은층의 소비 경향도 맥주 소비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
맥주 소비 하락에 미국 맥주업계는 무알코올 맥주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맥주 시장 전체에서 무알코올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맥주 소비 감소에서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맥주 판매 성장률은 1% 수준에 그쳤지만 무알코올 맥주는 35%나 급성장했다.
WSJ는 “Z세대가 전 세대 중 술을 가장 적게 마시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이들의 비중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Z세대는 무알코올 음료를 맥주 대안으로 본다”고 전했다.
무알코올 맥주 위세는 ‘맥주의 나라’인 독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판매량은 5,273만7,000배럴로 전년에 비해 4.5% 줄었다. 1993년 이래 최저치다. 독일 맥주 업계도 무알코올 맥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무알코올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7%이지만 향후 독일에서 만드는 맥주의 10분의1을 무알코올 맥주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홀거 아이헬레 독일양조장협회 대표는 “곧 독일에서 만드는 맥주의 10분의 1을 무알코올 맥주가 차지할 것”이라며 “맥주업계에서 최근 10년간 이만큼 성장한 분야는 없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