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인플레 안정’ 무색
“과일이나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어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이제 샐러드 다이어트도 ‘금값 다이어트’가 됐다.”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워킹맘 박모씨의 말이다. 팬데믹 이후부터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다는 박씨는 “지난해 식료품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거의 70% 가까이 늘어났다”며 “인플레가 잡혀간다고 하는데 먹거리 물가는 계속 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밥상 물가 문제는 한인 박씨를 너머 모든 소비자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가 지난해 11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인 중 3분의 2는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것에서 인플레이션을 실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반등세를 보였지만 3%대 중반 수준에 머물며 완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육류를 중심으로 식료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 수준과 지표상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가계들이 식료품을 중심으로 먹거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연방 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로 나타났다. 2022년 6월 9.1%를 고점으로 기록한 뒤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추세다.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완화에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이 줄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WP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은 지난 4년간 25%나 급등했다. 이에 반해 인플레이션 오름세는 19%에 그쳤다. 가전제품을 비롯해 대부분의 생활용품의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식료품 가격은 상승세다. 설탕은 최근 6년만에 최고치를 치솟았고 고기와 생선, 계란 등도 28%나 증가했다. 채소 가격은 22%, 유제품 역시 21%나 각각 올랐다.
식료품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팬데믹 여파로 촉발된 공급망 불안과 인력 부족 현상이 여전한 데다 최근 가뭄과 혹서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각종 농축산물 생산량이 감소했다. 여기에 친환경을 비롯한 질 좋은 고가 먹거리에 대한 미국인들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식료품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 됐다.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미국 내 저소득층 가구들은 생활비 상승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매체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구들은 수입의 31%를 식료품 구입에 지출하고 있다. 이에 비해 고소득 가구의 식료품 지출 비율은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이고 있다. 높은 식료품 가격에 저소득층 가구들의 식료품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푸드뱅크에 의존하는 가구들이 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