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경쟁에 ‘즐거운 비명’
4분기 공실률 5.3%로 하락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샤핑몰의 입점률이 지금처럼 높았던 적은 없었다.”
미국 29개 주에서 샤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샤핑몰 투자업체인 타임 에퀴티의 아미 지프 총괄 디렉터의 말이다. 팬데믹과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위세에 밀리면서 입점 업체들이 줄줄이 빠져 나가면서 ‘샤핑몰의 몰락’까지 언급됐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샤핑몰 방문객들의 발길이 늘면서 활기를 되찾자 입점하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프 총괄 디렉터는 “렌트 증가세가 대박을 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타임 에퀴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 전역에서 130개 샤핑몰을 관리하고 있는 브룩필드 프로퍼티스의 커스틴 리 부회장은 “방문객들이 증가하면서 매출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며 “관리하고 있는 샤핑몰에 입점하려는 업체들이 줄을 설 정도”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아 급락하면서 ‘생존 위기’에 내몰렸던 미국의 샤핑몰이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방문객이 증가하자 빈 매장이 줄어드는 대신 입점하려는 업체들이 줄을 서면서 렌트비 수입도 증가하면서부터다.
월스트릿저널(WSJ)은 “팬데믹으로 입점 업체를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샤핑몰이 렌트비를 정상적으로 징수할 만큼 ‘갑’의 위치로 위상이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내 샤핑몰 공실률은 5.3%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실률 조사를 시작했던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공실률에 해당한다. 16년 만에 최저치인 셈이다.
공실률이 급감한 것은 샤핑몰에 입점하려는 업체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만큼 입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샤핑몰 렌트비 증가로 이어졌다. 샤핑몰의 렌트비 스퀘어피트당 23.70달러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거의 17%나 상승했다.
팬데믹 여파로 경제 셧다운이 일시적으로 내려지면서 샤핑몰의 방문객이 급감하고 아마존 등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샤핑몰의 위상은 급격하게 축소됐다. 샤핑몰 소유주들은 매출에 따라 렌트비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렌트비 인하 혜택을 주면서 떠나려는 입점 업체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샤핑몰의 위상이 180도 바뀌었다. 샤핑몰 방문객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샤핑몰은 입점 업체와 재계약을 하면서 매출 대비 렌트비 징수에서 월 정액 렌트비 징수 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기사회생한 샤핑몰도 젊은 세대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변신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을 결합해 소위 ‘옴니 채널 마케팅’을 도입하는 샤핑몰이 등장했다. 캘리포니아주 메인플레이스 샤핑몰은 ‘숍 나우’ 플랫폼을 사용하고 나서 지난해 방문객이 3년전 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온라인 결합하면 고객 구매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매장 구성이나 마케팅에 활용해 매출을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제한조치가 모두 해제되면서 소비자들은 다시 매장을 방문해 직접 물건을 만지고 입어보고 비교해보는 경험을 즐기고 있다. 유명 인기 샤핑몰은 젊은이들에게는 샤핑도 하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인기 데이트 장소이기도 하다.
재미와 스포츠를 결합한 샤핑몰도 있다. 매사추세츠주의 노스쇼어 샤핑몰은 재작년 7월 수영장과 농구장을 갖춘 스포츠 시설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샤핑몰에 오는 고객들이 늘어 지난해 방문객 수는 2019년에 비해 17% 늘었다. 2022년 4월 루이지애나주 피어보시어 샤핑몰은 집라인, 볼링, 오락실 등 재미를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운영해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증가했고 샤핑몰 체류 시간도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