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김광덕 칼럼] ‘윤심’ ‘찐명’공천의 역습

지역뉴스 | | 2024-02-01 13:10:18

김광덕 칼럼, 김광,서울경제 논설실장·부사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권력을 잃으면 배우자와 자식 빼고 다 떠나간다.”

권세가 있을 때는 빌붙고 권세가 떨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을 뜻하는 ‘염량세태’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부나방’들이 몰려드는 대선 후보 경선의 막이 내린 뒤 풍경을 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여야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나 캠프 인사들의 경우 측근들이 가장 먼저 곁을 떠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노태우 전 대통령 당선의 특등 공신이었던 박 전 의원은 사조직 ‘월계수회’를 만들어 관리했다. 그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 실세였을 당시 월계수회 회원은 무려 180만 명, 관리 회원은 8만 명에 이르렀다. 그는 원내 중심의 ‘대지회’도 만들었다. 1992년 4월 총선 직전에 대지회에 발을 담근 국회의원은 63명에 달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자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박 전 의원이 반발해 그해 10월 탈당할 때 동행한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이러니 “잘 보이려는 사람들에게 공천과 자리를 줘봐야 결국 다 꽝”이라는 웃픈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공천’은 이내 부메랑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1월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진박 공천’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진박 감별사’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에 반발해 ‘옥새 파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여권은 역풍을 맞았다. 당초 총선 승리가 예상됐던 여당은 대패했고 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당초 ‘진박’ 인사들을 대거 당선시켜야 박 전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실제로는 정반대로 전개됐다.

4·10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 착수한 양대 정당의 요즘 상황은 8년 전 ‘추억’을 소환한다.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하고 그 자리에 여야 보스에게 맹종하거나 아첨하는 인사들을 내리꽂으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에서는 각각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공천’ ‘찐명(진짜 친이재명계) 공천’이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용산 대통령실 참모 또는 주요 당직을 지냈으나 실력·자질이 모자란 인사들이 ‘윤심 팔이’를 하면서 영남·강남권 등 텃밭 지역구를 노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찐명’ 공천을 무리하게 강행하려는 광경은 더욱 가관이다. 민주당 예비 후보들 사이에 “내가 이재명 대표와 더 가깝다”는 경쟁이 가열되는 것은 ‘진박 감별사’를 연상시킨다. 친명계 인사들은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 출마를 잇따라 선언하면서 해당 의원을 겨냥해 “수박(배신자)을 뽑아버리자”고 외치고 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이 불과 11일 사이에 서울 서대문갑 출마-불출마-경기 성남 중원 출마 선언 등으로 오락가락 행태를 보인 것도 중원의 비명계 윤영찬 의원을 저격해 공천을 따내기 위한 노림수다.

그러나 ‘윤심’ ‘찐명’ 공천이나 ‘친한(친한동훈 비대위원장)’ 공천을 시도한다면 역습만 초래할 것이다. 만일 총선에서 진다면 계파나 충성도를 고려해 공천한 것은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공천을 도와준 보스를 따를 것으로 믿었던 의원들이 슬그머니 발을 뺄 것이다. 외려 공정한 공천으로 총선에서 이기면 당 지도자의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강화된다.

선거에서는 구도와 이슈·공천 등의 조합에 의해 ‘바람’이 형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공천이 결정적 키가 된다. 순풍을 만들어내려면 적정선에서 물갈이를 잘하되 실력과 자질·도덕성을 두루 갖춘 인재들을 선발투수로 내세워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양대 정당이 각각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영입한 것은 눈길을 끈다. 여야는 총선 때마다 일부 최고경영자(CEO)들을 공천해 들러리로 세웠지만 큰 정치인으로 발돋움한 경제인은 별로 없었다. 끝없는 정쟁으로 말싸움에 익숙하지 못한 기업인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포퓰리즘과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려면 능력과 품격을 갖춘 전문가들을 국민의 대표로 뽑아야 한다. 그래야 여의도에 ‘권력 싸움꾼’이 아닌 ‘나라 살림꾼’이 넘쳐나 대한민국호도 순항할 수 있을 것이다.

<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실장·부사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취임 10일 앞두고 베네수·우크라 등 출신 18개월간 임시보호지위 연장 조 바이든 행정부가 10일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 우크라이나, 수단 등에서 온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근육량 못지않게‘근육의 질’중요… 암 치료 효과도 높인다

근육에 지방 쌓인 근지방증유방암 치료 효과 낮춰심근경색·빠른 간섬유화도 근육 속 지방 축적 정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의 질’을 바꾸면 암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언제부터 눈물이 많아져서 주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소원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부랴부랴 심리 상담부터 받기 시작했어요.”초교 5학년 아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간은 심각한 손상이 된 뒤에도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간을 ‘침묵의 장기’로 부르는 이유다. 간의 침묵으로 인해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나 된다.간암 발병 경로를 거꾸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직장에서 한 자세로 오랫동안 집중하거나 앉아 있으면 근육이 뭉치고 관절이 약해지기 쉽다. 거기다 심각한 과로와 만성피로까지 겹치면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업무 중 틈틈이 어깨 관절

학비 오르는데…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
학비 오르는데…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

나날이 치솟는 대학 학비를 보면‘과연 대학 진학이 필요한가?’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답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대학 졸업 후 받게 될 낮은

"라돈가스에 노출된 임신부, 임신성 당뇨병 위험 37% 증가"
"라돈가스에 노출된 임신부, 임신성 당뇨병 위험 37% 증가"

미 연구팀 "라돈, 임신성 당뇨병에도 위험 요인…대책 필요" 토양, 암석, 물 등에 들어있는 라듐이 방사성 붕괴를 일으킬 때 나오는 라돈(Rn) 가스에 임신부가 노출되면 임신성 당

봇물 예상 반이민법안부터 학교안전법안까지
봇물 예상 반이민법안부터 학교안전법안까지

▪조지아 주의회 2025 회기 주요 쟁점 분야  스포츠 도박 합법화 여부 메디케이드 확대도 쟁점 조지아 주의회가 13일부터 40일간의 2025회기를 시작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델타항공 엔진 결함으로 승객 슬라이드 대피 소동
델타항공 엔진 결함으로 승객 슬라이드 대피 소동

탑승객 슬라이드로 활주로로 대피공항 활주로 이 사건으로 올 스톱 델타 항공의 승객들이 10일 아침 겨울 폭풍 속에서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중 엔진 문제로 인해

7년만의 큰 눈, 메트로 애틀랜타 눈 내린 풍경
7년만의 큰 눈, 메트로 애틀랜타 눈 내린 풍경

10일 아침, 눈보라가 조지아 북부를 강타하면서 메트로 애틀랜타가 눈으로 뒤덮였다.눈과 비, 영하의 기온이 합쳐져 도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보에 따르면 애틀랜타 주변 지역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