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태 안정 위해 도입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RB)가 지난해 3월 은행권 불안 당시 시중 유동성 지원을 위해 만든 긴급 대출 프로그램이 이제 금융기관들의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릿저널(WSJ) 등 외신은 연준이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붕괴 여파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에 대해 10일 이같이 평가했다.
BTFP는 가격이 내려갔던 미 국채의 담보가치를 액면가격대로 인정해주고 금융기관들에 최대 1년간 자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3일까지 일주일간 BTFP를 통한 대출 규모는 전주 대비 4% 늘어난 1,410억달러로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난해 11월 중순 대비로는 25%나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자금 수요는 새로운 금융 불안 때문이 아니며, 금융기관들이 예대 금리차를 이용해 위험성 없이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기관들이 BTFP를 이용 시 1년 OIS금리(미국 금융기관간 에 거래되는 하루짜리 단기금리)보다 0.1%포인트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데, 지금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 속에 대출 금리가 4.93%로 내려간 상태다. 반면 이 돈을 연준의 하루짜리 예금에 넣을 경우 금리는 5.4%로, 금융기관들은 0.47%포인트 정도 금리만큼 이득을 보기 위해 차익거래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준의 마이클 바 감독 담당 부의장은 BTFP를 연장하지 않고 예정대로 3월 11일 종료할 방침이라고 전날 시사했다.
도이체방크의 스티븐 쩡 전략가는 “누구도 놀라지 않았겠지만 예상보다 (종료 시사) 발언이 일찍 나왔다”면서 “긴급 지원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은행들이 이득을 취하는 데 대해 연준의 관용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봤다.
다만 3월 종료 시까지는 은행들이 이러한 차익 거래를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크 카바나는 “은행들이 BTFP 종료 예상 속에 유동성 완충장치를 더 쌓으려 선택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지나친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BTFP 사용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