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솔린 차량으로 대체
부품 등 유지비 부담 높아
미국 내 1위 렌터카 업체 허츠가 보유하고 있는 전기차의 3분의1을 매각하고 개솔린 차량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사고에 따른 수리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중고 전기차 가치마저 하락한 탓이다. 3년 전 테슬라 전기차 10만대 구매에 나서면서 전기차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던 허츠가 이번 매각 결정으로 개솔린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허츠의 역주행 행보는 전기차 수요 감소의 신호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뉴욕타임스(NYT)는 렌터카 업체 허츠가 보유하고 있는 전기차 중 2만대를 올해 말까지 매각하는 대신 개솔린 차량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에서 개솔린 차량으로 회귀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전기차 중 상당수는 테슬라 차량이다.
이번 매각으로 허츠는 총 50만 정도의 보유 차량 중 5만대까지 늘렸던 전기차의 약 40%를 개솔린 차량으로 교체에 나선 것이다. 허츠의 스티븐 셰어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와 관련한 비용 증가가 계속됐다”며 “전기차의 일부 차종은 운영상 손익보존마저 어려워졌다”고 했다.
전기차 매각 배경에는 전기차의 높은 유지 비용이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개솔린 차량에 비해 무거워 브레이크와 타이어 등 소모품에 가해지는 중량이 크고, 사고 발생이나 파손에 따른 수리 비용이 일반 개솔린 차량에 비해 20~30% 비싸다. 또한 가속 페달 사용 방법이 개솔린 차량과 차이가 있어 급가속에 따른 사고가 많은 것도 렌터카 유지 비용 부담이 커진 원인 중 하나다.
여기에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신차에 대한 가격 할인 판매도 허츠의 전기차 매각 결정에 한몫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지난해 테슬라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할인 판매 정책을 실시해 신차 가격이 30%나 떨어진 상태다. 신차 가격 하락은 중고 전기차 가격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신차를 구매해 렌터카로 운영한 뒤 중고차로 되파는 것이 렌터카 업계의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중고차 가치가 감소하는 것은 렌터카 업체의 손익과 직결된다. 전기차의 운영 비용이 높은 데다 중고차 가격 하락 속도마저 급감하다 보니 허츠는 수익 개선 차원에서 전기차 매각에 나선 것이다.
허츠의 이번 전기차 매각 발표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NYT는 허츠의 매각 결정이 전기차의 높은 유지 비용과 수요 감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전기차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또 다른 신호”라고 했다. 허츠의 사례처럼 전기차의 숨겨진 비용, 관리 어려움 등이 부각되면 전기차 전환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허츠의 전기차 매각 결정이 공개되자 전기차 관련 주식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테슬라 주식은 전거래일보다 2.87% 급락한 주당 227.2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9거래일을 하락으로 마감한 테슬라 주식 가치는 1월 거래 기간 동안 8% 이상 빠졌다. 지난 2021년 테슬라에 전기차를 10만대 주문해 테슬라 주가를 1,000달러 고지에 올려 놓았던 허츠가 ‘일등공신’에서 ‘역적’으로 돌변한 셈이다.
다른 전기차 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피스커는 이날 6.3% 하락해 주당 1.04달러를 기록했고, 루시드는 4.4% 하락에 주당 3.26달러를 보였다. 리비안도 1.47% 하락한 주당 18.78달러에 장을 끝냈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