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매운 맛’ 강화 승부수, 농심,‘신라면 더레드’ 출시
수출 호조 덕에 올해 매분기 호실적 축포를 쏘고 있는 한국 라면 업계가 내년에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 성장 동력으로 ‘매운 맛’을 강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 시장 테스트 차원에서 내놓은 매운맛 제품들이 기대 이상의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자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는 기대감을 내비치며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농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2% 성장한 492억원으로 전망된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7.6% 증가한 8,744억원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도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3.9% 성장한 355억원, 매출액은 34.1% 증가한 2,836억원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뚜기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오뚜기 역시 영업이익이 697억원으로 57.7% 증가, 매출액은 9,080억원으로 10.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의 실적 성장을 이끄는 건 단연 수출이다. 한국 라면의 대명사인 농심 신라면에 이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해외 무대에 나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인기 속에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K푸드=매운 맛’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적어도 매운 맛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업계 불문율까지 생겨났다”고 말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가 매운 맛을 부추긴다는 해석도 있다. 캡사이신은 고온을 감지하는 수용체 ‘TRPV1’을 활성화해, 뇌에서 쾌감을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면 업계는 매운 맛을 차세대 수출 원동력으로 삼고 ‘물 들어올 때 노 젓기’에 나섰다. 농심은 이날 올 여름 한정판으로 선보였던 ‘신라면 더 레드’를 이달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출시 80일 만에 1,500만 봉 이상 판매되며 올해 출시한 신제품 중 가장 우수한 판매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더 레드는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한 스코빌지수(SHU)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 3,400SHU의 2배가 넘는다.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도 높으며 불닭볶음면(4,400SHU)의 1.7배 수준이다. 농심은 다음 달에는 더 레드를 용기면으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농심은 오는 2025년 미국 제3공장을 착공하는 등 2030년 미국 매출을 현재보다 3배 더 키워 미국 라면시장 1위에 등극한다는 목표이다.
삼양식품도 ‘넥스트 불닭볶음면’을 준비 중이다. 올 8월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선보였는데,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300만개를 넘어섰다. 맵탱의 스코빌지수는 5,000SHU로 불닭볶음면보다 맵다. 오뚜기도 같은 달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한 ‘마열라면’으로 매운 라면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두 달 만에 총 600만개가 팔렸다. 오뚜기는 지난 2012년 매운 맛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시 열라면의 매운 맛을 2,100SHU에서 5,000SHU 이상으로 높인 적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한국에서 먼저 시작된 매운 라면 열풍이 해외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매운 맛은 여러 레시피로 활용하기 편리해, 해외 모디슈머(기호에 따라 제품 활용법을 창조하는 소비자)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한국 라면의 경우 단순히 자극적인 매운 맛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60년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고기, 표고버섯 등을 활용해 국물 맛을 차별화했다는 점에서다.
<강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