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좌 해킹 통해 갈취
비밀번호 수시로 바꿔야
젤과 벤모, 캐시 앱과 페이팔 등 현금 송금 앱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 피해자가 젤을 통해 거액의 현금을 사기당해 경각심을 주고 있다.
보스턴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로드 아일랜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업가 피해자는 지난 11월 5일, 20년째 거래하고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부터 비즈니스 계좌에서 1만4,931달러를 젤(Zelle)을 통한 송금을 했느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 같은 연락을 받은 피해자는 즉각 아니라고 답변을 해서 다행히 돈은 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집에 오자마자 은행 계좌를 확인한 피해자는 이미 11월 2일과 3일 두차례에 거쳐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각각 1만4,932달러, 1만4,912달러씩 송금된 것을 발견했다.
깜짝 놀란 피해자는 일요일 밤 바로 은행에 전화로 이 같은 내용의 젤 송금 문제를 신고했다. 피해자는 “은행 거래를 하는 컴퓨터는 집의 안방에 있는 컴퓨터이며 은행 거래는 오로지 그 컴퓨터를 통해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당한 것은 BOA의 답변이었다. BOA는 바로 다음날인 6일 편지를 보내 “11월 2일과 4일 2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모든 젤 거래가 피해자가 젤을 사용할 때 이용하던 컴퓨터에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사건 수사를 종료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11월 5일 거래와 관련 사실 여부를 확인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그 이전의 2차례의 거래에 대해서는 문자 메시지로 거래 내역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그런 문자메시지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자는 경찰에 사건을 접수시켰고 FBI에도 신고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온라인 해킹으로 인한 신분 도둑의 피해자로 보인다며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다시 한 번 조사를 해줄 것을 당부하는 서신도 만들어 주었다.
피해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측에 다시 한 번 이번 사건을 재조사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각종 자료를 제출한 상태이지만 은행 측에서는 서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상태다.
젤은 개인 대 개인이 송금하는 서비스로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비롯해 체이스, 캐피탈원,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7개 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들어 소유하고 있다. 또 대다수 한인은행들도 젤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 현금 앱은 은행 온라인 계좌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고 무료란 점에서 장점이 있는 반면, 거래가 즉각적으로 이뤄지고 한번 보낸 돈은 다시 취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노리는 화이트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은행 계좌 등의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해킹당할 수 있는 쉬운 비밀번호를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들 현금 앱을 통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앱에 돈을 보관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CFPB는 “일부 소비자들이 이들 서비스 안에 현찰을 넣어두고 있지만 만약 돈이 증발할 경우 은행이나 크레딧유니언처럼 보상 등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들 디지털 페이먼트 서비스의 경우 은행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계좌 당 최대 25만달러까지 금전적 손실을 보상해주지 않는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