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원재료 의존도 높아
인플레이션 법안 제재 걸려
모델3, 머스탱 마하-E 포함
전기차 시장 판매 확대 악재
고급 전기자동차 업체 루시드의 세리 하우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12일 돌연 사임했다. 사표는 즉각 수리됐고 후임엔 현 최고 회계 책임자인 가간 딩그라가 임시 CFO로 임명됐다. 사임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적 부진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다른 전기차 업체들의 상황도 루시드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전기차 업체들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오는 2030년까지 1조2,000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양산 체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선 기존 자동차 업체는 물론이고 테슬라나 리비안 같은 전기차 업체들도 투자를 축소하고 제품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유독 미국에서는 전기차 업계가 예상했던 것만큼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거나 수익성이 상승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배후엔 중국산 부품과 핵심광물 사용을 억제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있고 최대 7,500달러까지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세제 혜택이 유명 무실해지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13일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중 중국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법 적용 혜택에서 미국 전기차 업체의 모델들이 대거 제외되면서 갈길 먼 미국 전기차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껏 미국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지난 1일 연방재무부와 에너지부의 ‘외국 우려기업’(FEOC) 세부 규정안이 나오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세부 규정안은 FEOC를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으로 명시했다. FEOC 배제 규정은 배터리 부품의 경우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각각 적용된다.
전기차 세제 혜택 배제 조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테슬라다.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차종이어서 한인들에게도 인기 차종인 모델3이 내년부터 7,500달러의 세제 공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테슬라는 “새로운 IRA 지침으로 모델3 후륜구동(RWD)과 모델3 롱레인지에 대한 세금 공제는 올해 12월 31일에 종료된다”며 “전액 세금공제를 받으려면 12월 31일까지 차량을 인도받아야 한다”고 공지했다.
포드 자동차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머스탱 마하-E모델 역시 내년 1월부터 세제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WSJ은 미국 주요 전기차 업체의 모델들이 세제 혜택을 볼 수 없는 데는 전기차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 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광물인 흑연의 경우 87%가 중국산이고, 망간의 93% 역시 중국산, 리듐 65%, 코발트 76%도 각각 중국산이다.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의 80% 이상이 모두 중국산이어서 미국에서 조립됐더라도 세제 혜택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업체가 대안 마련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내년부터 전기차 업체의 일부 모델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체 모델들이 제외되는 전기차 업체도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 업체들은 중국산 핵심 광물을 대체할 대체재 개발과 원산지 변경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탈중국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