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세계 최대 와이너리 ‘E&J 갤로’ 제휴
한국의 대표적인 소주 브랜드 중 하나인 ‘처음처럼’을 생산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가 글로벌 주류업체와 손잡고 한국 소주의 미국 로컬 시장 확대에 나선다.
롯데칠성음료 한국 본사는 미국 소주 시장 공략을 위해 세계 최대 와이너리인 미국의 ‘E&J 갤로’와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업무 협약은 전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와 빌 로버츠 E&J갤로 본사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롯데칠성음료는 E&J갤로 와인에 대한 한국 시장 판매를 강화하는 대신 E&J갤로는 내년 1월부터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순하리’, ‘새로’ 등 한국 소주를 미국 로컬 시장에서 적극적인 판매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2017년부터 롯데칠성음료와 한국 시장에서 협업하고 있는 E&J갤로는 75개 계열사와 140여 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전 세계 약 110개국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번 협약이 체결되면서 롯데칠성음료의 주요 소주 제품들의 미국 로컬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김경동 미국법인장은 “그동안 한인 주류도매상을 중심으로 한인 시장에 제한되어 왔다”며 “E&J갤로의 전문성과 유통망을 이용해 앞으로 50개 주로 소주 판매 시장을 확대할 수 있어 진짜 미국 로컬 진출의 기반이 구축됐다”고 MOU 의미를 설명했다.
한인 주류업계에 따르면 E&J갤로가 한국 소주를 자사 유통망을 통해 판매에 나선 데는 미국인들 사이에 한국 소주를 음용하는 층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와 팝음악 등 K-컬처의 후광을 업고 한국 소주의 인지도가 높아진 탓이다.
업무협약 기간을 최초 5년에 자동 갱신 조항을 둔 것으로 이 같은 시장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번 협약을 통해 롯데칠성음료의 소주류를 자신들의 판매 제품 포트폴리오에 올리는 소위 ‘총알’을 확보했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칠성음료 미국법인이 E&J갤로 판매망을 활용해 로컬 시장 확대에 선봉에 세울 한국 소주는 순하리다. 한국에선 ‘반짝 인기’에 머물렀던 순하리는 미국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미국법인장은 “한인들 보다는 현지인이들이 순하리를 더 많이 찾고 있다”며 “2019년부터 올해까지 연 평균 25%씩 성장세를 보일 만큼 인기 제품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힘입어 과일 소주인 순하리는 미국법인 매출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슈가 제로 소주인 ‘새로’ 역시 순하리와 함께 미국 로컬 시장 공략에 나설 한국 소주다. 미국법인에 따르면 올해 8월 미국에 출시된 새로는 5개월 동안 약 130만병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수량은 크지 않지만 단 기간 내 판매량인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론칭으로 평가 받고 있다. 김 미국법인장은 “20~30대의 젊은 층이 주소비층인 새로의 경우 내년부턴 판매망이 확대되면 처음처럼의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E&J갤로와 협약으로 바빠진 곳은 미국법인이다. 판매망 확대에 따른 판매 전략과 마케팅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 미국법인장은 이를 ‘진짜 미국 로컬 진출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김 미국법인장은 “순하리로 미국 로컬 시장 확대에 역점을 두고 새로로 한인 시장을 공략하는 ‘쌍끌이’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맥주 신제품인 ‘크러시’를 미국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