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주택가 조명탄 30여발 터뜨려
50대 한인 남성이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 안에서 총격을 가하고 조명탄을 쏘며 경찰과 광란의 대치극을 벌이다 대형 폭발이 발생하면서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워싱턴 DC 근교 알링턴의 조용한 주택가에서 일어났다.
앤디 펜 알링턴 카운티 경찰국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밤 발생한 알링턴 지역 2층 주택 폭발 사건으로 용의자인 제임스 유(56)씨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폭발이 발생한 주택의 소유주로, 집안에서 30회 이상 조명탄 발사 소리가 들려왔다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집 내부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대치하던 경찰이 진입을 시도하자 총을 발사했으며, 이후 집 내부에서 폭발이 발생해 집 전체가 산산이 부서지며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3명의 경찰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폭발 후 현장을 수색하는 과정에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일부 유해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현지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줬다. 사우스 알링턴에 거주하는 칼라 로드리게스는 1.8마일 밖에서 폭발음을 들었다고 증언했고, 이웃 주민인 밥 메인스는 “거실에서 TV를 보는 도중 마치 지진처럼 집 전체가 울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폭스뉴스 등은 이와 관련해 제임스 유의 소셜미디어 등을 토대로 그가 그동안 소송을 남발했으며 반미 구호를 게재하는 등 특이한 행동을 보인 ‘은둔형 외톨이’였다고 보도했다. 일부 게시물이 삭제된 가운데 남아있는 한 유튜브 영상에서 제임스 유는 몇몇 패소한 소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전 부인과 뉴욕주 당국 등 10여명을 상대로 사기, 음모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 달 뒤 연방 판사는 이들 소송이 “경솔하고 혼란스럽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유씨는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 글에서 자신을 무소속이라고 칭하며 FBI와 CIA, 국가안보국(NSA)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지난 1일 작성한 링크드인 게시물에서 이웃을 간첩이라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씨는 연방 사법당국 관계자들에게 낯선 인물이 아니었다, 연방수사국(FBI) 워싱턴 지부의 데이브 선드버그 부국장은 “유씨는 전화와 온라인, 편지 등을 통해 수년 동안 FBI와 접촉해 온 인물”이라고 밝혔다. 선드버그는 “그가 제기한 불만은 주로 자신에게 저질러졌다고 믿는 사기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면서 “이로 인해 FBI가 조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알링턴과 맥린에 있는 유씨 소유의 부동산 2채를 매각하기 위해 고용된 부동산 중개인 다니엘 보리스에 따르면 유씨와 전 부인은 심각한 이혼 소송을 겪고 있었다. 보리스는 “유씨 부부는 결국 이혼 합의에 도달했고, 유씨가 집에 머물 수 있게 됐다”면서 “유씨는 모든 것에 대해 적대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