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부품 수입 낮아…개솔린 차량판매 선호
캘리포니아 데이비스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제임스 리처드는 전기차(EV) 구입을 위해 폭스바겐을 비롯해 테슬라, 셰볼레, 포드 등 주요 자동차 딜러십을 방문했다. 딜러십을 방문할 때마다 리처드씨는 “판매 딜러들이 전기차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포드 딜러십에선 원하는 전기차 재고가 없다면서 고급 사양의 고가 개솔린 차량 구입 제안을 받기도 했다.
결국 테슬라 Y모델 전기차를 구입한 리처드는 “다른 딜러십에 비해 테슬라 판매딜러가 그나마 전기차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아 테슬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딜러십들이 전기차에 대한 지식과 관심 부족을 느낀 자동차 구매자는 비단 리처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자동차 구매자들이 신차 판매 딜러십들이 전기차 판매 영업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곧 전기차 판매에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S&P 모빌리티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47%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년에 비하면 둔화했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전기차 재고는 쌓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터 인텔리전스는 “”포드 전기차 머스탱 마하-E 재고는 3.5개월치로 업계 평균을 뛰어넘었다“며 ”현대차·기아와 폭스바겐도 전기차 재고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잇따라 전기차 사업 축소 계획을 밝혀 전기차 부진 여파는 배터리 생산업계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부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전기차 판매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자동차 딜러십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2032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전환시키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자동차 딜러십들이 방해물로 등장하고 있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WP는 자동차 딜러십들이 전기차에 대한 판매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전기차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딜러십들이 전기차 보급에 방해물이 되는 데는 미국의 독특한 자동차 판매 시장 구조에서 비롯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권장소비자가격(MSRP)을 결정하지만 실제 거래 과정과 가격은 딜러십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구조다. 가격뿐 아니라 개솔린 차량과 전기차 중에서 어느 것을 위주로 판매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딜러십의 재량이다. 딜러십이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그만큼 소비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WP에 따르면 미국 내 1만6,000여곳의 신차 딜러십들이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전기차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전기차 판매 의향이 없는 딜러십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이 지난해 말 딜러십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가 전기차 재고를 갖고 있지 않고 있는 데다 30%의 딜러십들은 수급 문제가 없더라도 전기차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딜러십들이 전기차 판매에 소극적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전기차 판매에 대한 경제적 이익이 개솔린 차량에 비해 작기 때문이다.
딜러의 경우 개솔린 차량은 1번 방문에 1시간 정도면 판매가 가능한 반면 전기차는 최소 4번 방문에 4시간이 소요된다. 전기차 판매에 딜러의 노력과 시간이 더 투입이 되면서 75%의 수입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딜러십에게도 전기차 판매에 따른 이익은 적다. 차량 판매에 따른 부품 교체와 수리를 통한 부가 수익이 적은 것이 기피 원인이다. 연방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딜러십의 총 수입 중 43%가 부품 판매와 수리에 따른 비용에서 창출된다. 전기차에 비해 100여개의 부품이 더 많은 개솔린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 전기차 판매에 비해 남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딜러십들에게 전기차 판매는 ‘면도날을 판매하기 위해 면도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WP는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