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부담·카드 빚 급증세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후 3년 가까이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활발한 가계소비 흐름이 곧 끝이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CNN이 26일 보도했다. 주거비 부담이 4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을 뿐 아니라 신용카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빚은 늘어나는 반면 가계 저축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이르면 올 연말 샤핑시즌 무렵부터 소비 위축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CNN 보도에 따르면 주택 구입 및 임대 비용은 약 40년 만에 가장 높다. 부동산정보 업체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 통계를 보면 모기지를 상환하기 위해 필요한 중위소득의 비율은 이달 6일 기준 40.5%이며, 1984년 10월 이래 최고치다. 프레디맥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16일 기준 7.44%로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의 비율은 5.87배로 역사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CNN은 “2000년대 중반 주택 거품 기간을 포함해 ICE가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후 어느 시점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대출 부담도 인플레이션을 타고 늘었다. 비주택 부문 대출은 4조8,000억달러로 20년 전인 2003년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최근 2년간의 대출 증가 폭은 5,000억달러를 웃돈다.
대출이 느는 속도가 가장 빠른 대목은 3분기 기준 1조800억달러를 기록한 신용카드 빚으로,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3분기에 비해 33.3%나 늘었다. 다른 분야보다 카드빚이 좀 더 심각한 이유는 연체 규모에 있다. 3분기 신용카드 빚 잔액의 5.78%가 90일 이상의 악성연체 상태가 됐으며, 지난해 1분기 이후 악성연체는 약 90% 늘었다.
반면 가계는 팬데믹 시기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저축해둔 돈을 거의 다 써버렸다.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팬데믹 기간 2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초과 저축을 축적했으나 올 6월 기준 이 중 1조9,000억달러를 소비했다.
민간 연구기관 컨퍼런스보드의 에릭 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르면 이번 연말연시 가계 소비 열풍이 끝날 수 있다며 “소비자의 25~50%가 소비를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어느 순간 빚을 계속 지고 갈 수 없게 되고 저축도 더는 남지 않게 되는 때가 온다”고 지적했다.
<박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