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베이커리 글로벌 진출 가속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한국 베이커리 브랜드(K베이커리)가 미국 시장에서 가맹점 비율 80%를 넘어서는 등 엔데믹 전환과 함께 팬데믹 침체기를 벗어나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탔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파리바게뜨는 중국에서 올해 다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뚜레쥬르는 베트남에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카페형 매장으로 입지를 더욱 굳히고 있다. K베이커리가 이제는 단순히 한류 후광 효과가 아니라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지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15일 SPC그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의 미국 베이커리 매출(가맹·직영) 매출은 2020년 1,694억원, 2021년 1,649억원, 2022년 1,770억원(추정치) 등으로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뚜레쥬르의 미국 매출(가맹·직영) 역시 2020년 374억원, 2021년 511억원, 지난해 765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뚜레쥬르의 미국 매장 수는 2019년 59개에서 올해 5월 기준 93곳으로 4년 사이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두 회사는 가맹 비율이 80~90%에 달하는 등 한국식 프랜차이즈 모델이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가맹점 비율이 전체 매장의 85%에 이르고, 뚜레쥬르는 90% 수준이다. 또 뚜레쥬르는 1명의 점포주가 2개 이상 점포를 갖고 있는 경우가 절반 가량 된다. 가맹 점포 인기로 국내에서는 창업과 취업 이민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다. 창업·이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파리바게뜨 창업 투자로 E-2비자 괜찮나요”, “뚜레쥬르 제빵사 취업 J-1비자로 갈 만한 가요” 등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운영해왔던 ‘한국식 동네 빵집’이 미국 베이커리 시장에서는 그간 찾아볼 수 없었던 사업 모델이라는 게 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베이커리 시장이 크게 패스트리 등 식사용 빵과 디저트용 빵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던킨 도너츠’, ‘앤티앤스 프레즐’ 등으로 특정 빵과 디저트 종류에 특화된 형태로 세분화돼있다.
식사용 빵과 디저트를 모두 취급하는 현지 브랜드로는 ‘파네라브레드’와 ‘르 팽 코티디앵’ 등 정도가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베이커리 시장은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선두 기업이 존재한다기보다는 대부분 시장 점유율 10% 미만인 기업들로 구성돼있다.
현지 빵집은 주로 한 매장에 100여 종의 빵을 구비해 놓는데 반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300여 종을 판매한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SPC 관계자는 “현지 베이커리 매장은 고객이 주문을 하면 매점 직원이 직접 빵을 꺼내주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파리바게뜨는 소비자가 빵을 직접 보고 고르도록 한다”며 “이런 점도 현지에서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외 다른 진출 국가에서도 K베이커리는 성장세다. 파리바게뜨 중국법인 매출은 2021년 2,400억원에서 코로나 충격으로 2022년 1,833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PC 관계자는 “올해 중국법인 매출이 2021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실적 회복과 함께 연내 흑자 마감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뚜레쥬르는 ‘카페형 베이커리’로 베트남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CJ푸드빌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2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 146억원 대비 71% 성장했다. 또 CJ푸드빌의 해외 법인 전체 순이익이 지난 해 161억원을 기록하며 수년 간 이어졌던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강동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