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 매출 올려야…생필품 지출까지 감소세
연말 샤핑 시즌이 이번 주부터 시작되지만 소매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로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꽁꽁 닫혀 있기 때문이다.
소비 수요 감소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월마트는 지난 16일 실적 발표에서 8∼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를 뛰어 넘는 호실적을 거뒀지만 월마트 주가는 이날 장중 7% 넘게 급락했다. 이날 월마트가 공개한 올해 순이익 전망치(주당 6.40∼6.48달러)가 시장 전문가 전망치(주당 6.5달러)에 못 미쳤기 때문이었다.
타겟은 올해 3분기 매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하락했고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도 전년 대비 7%나 되는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소매업체 사이에선 자칫 연말 샤핑 시즌 대목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경영진도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이 10월 하순부터 식료품 및 생필품 영역에서도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타겟의 크리스티나 헤닝턴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실적발표에서 “소비자들은 고금리와 학자금 대출 상환 등 새로운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중첩된 경제적 압박의 무게를 느끼면서 (경기가 좋아야 소비가 늘어나는) 임의 소비재의 판매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16일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릿저널(WSJ)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샤핑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임에도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수요가 감소하면서 샤핑 시즌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비 둔화는 이미 경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소매 판매는 7,050억달러로 전월 대비 0.1% 감소세를 보였다. 전월 대비 소매 판매가 감소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자동차, 가구 등 내구재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미시건대가 집계한 소비자심리지수도 11월에 들어서 전월 대비 5.3% 하락해 소비자들의 소비 수요가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의 소비 수요 감소의 주된 원인은 생필품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 상승 때문이다. 먹고 마시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상승하면서 여타 소비를 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줄어든 탓이다.
WSJ은 올해 연말 샤핑 시즌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한 민감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가격 할인이나 저가 상품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집중될 것임일 시사하는 것이다.
재고를 소진해야 하는 소매업체들로서는 소비 수요 감소 상황에서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 지갑 열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가격 할인을 통해 구매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반스는 클래식 스니커즈 제품 중 일부를 5달러 가격을 인하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반스의 일부 매장에는 ”인플레이션은 결코 멋진 것이 아니다“라는 광고문을 게시하고 일부 제품들을 팬데믹 이전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도 지난 2년에 걸쳐 가격 인상을 해온 일부 제품들의 가격을 인하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체인 JC페니도 연말 샤핑 시즌을 대비해 다양한 제품을 대상으로 2019년 가격으로 환원해 판매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번주 블랙 프라이데이(24일)와 사이버 먼데이(27일)를 앞두고 대대적인 할인 세일에 나서는 한편 지난주부터 세일을 조기 시작하는 등 소비자들의 지갑 열기에 총력전으로 나서고 있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