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사모펀드까지
경기 둔화 국면에서 대형 주류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연말 보너스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삭감될 전망이다.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금융기관 중 두 번째로 많은 직원을 보유한 씨티그룹이 최소 10%의 감원을 추진 중이다. 씨티는 현재 약 24만명의 직원을 고용 중인데 이번에 무려 2만4,000명의 감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릿에서 진행되는 최대 규모의 인원 감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후 지점 감축 속도가 빨랐는데 이와 관련해 은행의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이 대거 잘려나가게 되는 것이다.
실적 악화는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5대 대형은행들은 올 들어 총 2만명의 직원을 이미 정리해고 했다. 웰스파고는 전체 인력의 5%가량을 줄였다.
금융업계의 레이오프는 은행 뿐만이 아니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찰스 슈왑도 전체 직원 3만6,000여명 중 약 6%인 2,000여명을 정리 해고할 계획이다. 이외에 고액 자산가들의 돈을 관리하는 사모펀드 업계에서도 감원 바람이 거세다. 미국을 대표하는 사모펀드 칼라일이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비용 관리를 위해 인원 감축을 예고했다. 또한 월가 금융사들의 보너스 파티는 올해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으로 최대 25%가량 보너스를 삭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존슨어소시에이츠는 14일 보고서를 통해 기업 인수합병(M&A) 부문의 보너스 지급액이 올 연말 최대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존슨어소시에이츠는 “글로벌 M&A·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업 관련 딜메이킹이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알란 존슨 존슨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월가가 당분간 예전 성장 경로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월가 평균 보너스는 17만6,000달러로 전년 대비 26% 급감했다.
고금리 직격탄에 따른 거래 가뭄에 기업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은 올해 3분기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모건스탠리는 3분기 순익이 24억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줄었다. 주력 사업인 IB 부문 매출은 9억3,800만달러로 전년 동기(12억7,700만달러) 대비 27% 급감했다. JP모건도 같은 기간 IB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