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3채중 1채로 높아져…10년래 가장 높은 수준
지난 9월 주택 매입 대금을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전액 현금으로 한 소위 ‘올캐시’(All Cash) 비중이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급등에 따른 상환금 부담이 커진 데다 주택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구입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현금이 왕’이라는 말이 미국 주택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9월 주택 판매에서 전액 현금으로 구입한 올캐시 주택 구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34.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9.5%에 비해 4.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올캐시 주택 구매 비율이 34%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레드핀이 전국 40개 대도시 지역을 줌심으로 판매 상황을 취합해 얻은 것이다.
올캐시 주택 구매 비율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실제 올캐시 주택 매매량은 전년에 비해 11%나 감소했다. 이는 전체 주택 판매량이 전년 보다 23%나 급감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고가의 고급 주택 매매일수록 올캐시 구매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40개 대도시에서 상위 5%에 해당되는 고가 주택 지역에서 판매된 주택 중 올캐시 주택 구매 비율은 무려 43%로, 전년 35%에서 10%포인트나 크게 늘어났다.
전액 현금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데는 무엇보다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모기지 금리에 있다. 올해 들어 모기지 금리는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를 기준으로 한때 8%는 넘을 정도로 급등했다.
이번 주에 들어선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7%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모기지 금리는 매월 부담해야 하는 모기지 상환금을 끌어 올리는 동인이다. 모기지 상환금 부담을 피해 전액 현금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구매자가 늘어난 것이다.
주택 매물 부족도 올캐시 주택 구매 비율을 증가시킨 원인 중 하나다. 매물을 놓고 구매자 사이에 치열한 구매 경쟁이 빚어지면서 올캐시 구매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올캐시 주택 구매 비율이 34%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지금과 상당 부분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4년 당시 올캐시 주택 구매 비율은 34.3%로 2008년 금융 위기로 촉발된 부동산 거품이 커지면서 모기지를 감당하지 못하는 ‘깡통 주택’이 속출하면서 차압 주택 물량이 크게 급증했다. 자본력을 갖춘 대형 부동산 투자기업들이 차압 주택 물량을 대거 전액 현금 매입에 나섰던 것이다.
현금 주택 구입 비율이 높아 집값 급락과 주택 시장 붕괴를 막아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길’이 좁아져 좌절감을 느끼는 동시에 돈 많은 부자만 집을 살수 있다는 상실감이 확산되는 등 부정적 여파가 확산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