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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손을 손 되게

지역뉴스 | | 2023-11-10 08:00:48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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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시인·수필가)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면서 시니어 몇 분과 공원 파빌리온에서 커피 타임을 갖게 되었다. 가끔씩 아침 산책 끝에 헤어지기가 아쉬워 벤치에 앉게 되면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헤어지기가 일수였다. 오늘도 할아버지 끼리, 할머니들 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게 되었다. 문득 한 분이 ‘신체부위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디를 가장 높이 평가하겠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손을 택할 것 같아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 놓다 보니 너도나도 손을 올려다 놓으신다. 기도의 손으로 살아지고 싶다는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것 마냥 눈부신 가을 햇살이 할머니들의 주름진 손들 위에 환한 빛으로 눈부신 조명이 되어준다. 

햇살아래 내 놓은 내 손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선뜻 내놓을 수 없는 손으로 울퉁불퉁 돋아난 핏줄이며 변형된 모양새에 손가락 마디까지 굵어져버려 반지조차 끼워지지 않는 초라한 손이다. 손가락은 야무지지 못한 주인을 만나 생채기 투성이에 데인 자국에 칼날이 스쳐간 곳들이 가히 가관이다. 손등에 멍든 자국이 생겼는데 어디서 무엇에 부딪힌 것인지 모를 때가 다반사다. 잠자리에 들 때에야 그제야 아리고 욱신거린다. 남사스런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인체 가운데 가장 크게 뇌의 지배를 받는 감각기관이 손이다. 사람을 만나게 되면 손을 마주 잡고 맞잡은 손의 감촉으로 마음을 전달하기도 하고 상대를 간파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손은 가장 요긴한 심부름꾼이다. 충직한 심복이다. 주어진 소임을 궂은 일이라 밀어내지 않으며 생색내기 좋은 일만 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손의 주인이 손을 혹사해야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을 만나도 묵묵히 사명으로 받아들인다. 인술을 베푸는 손이 있는가 하면 겸허와 지혜를 손을 통해 널리 펴나가는 아름다운 손들도 지척에 가는 곳마다 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세상을 파괴하고 사회를 붕괴시키는 불합리한 양심의 지배를 받는 손도 있기 마련이다. 화려하고 보들보들하고 손 끝에 물을 묻히지 않는 손보다 사회와 가정과 공동체를 위한 소중한 손이 되어 집안 대소사는 물론 일상 모든 것을 관리하는 손으로 그렇게 남은 날을 살아지고 싶다.

인류의 선조들은 먹이를 사냥하고 사냥해온 것을 먹거리로 만들었고 몸을 가릴 옷을 만들고 집을 짓고, 가재도구를 만들어 집을 매만지는 과정에서도 여러 의미를 지닌 감정 표현들을 장식으로 발전시키는 등의 모든 일들을 손으로 감당해 왔다. 누군가의 손을 보게 되면 생의 궤적을 추적하게 되고 살아온 내력이 보이기도 한다. 손은 예술을 일구는 원천이다. 문학이 그러 하고, 조각도 그림도, 악기를 다루는 일들도 단순한 기술을 뛰어 넘는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있다. 일상을 지휘하고 일구고 다스리고 마무리 지경까지 예술혼의 문맹을 가려내고 북돋아 주고 양성해내는 진면목을 지니고 있다. 

살아있는 자의 두 손 안에는 광대무변한 우주가 담겨있고 영원까지 수용되어 있다. 인체 어디에 비해 결코 두드러짐이 없는 손인데 시공을 뛰어넘기도 하고 창작의 영안을 열어 주기도 하면서 생동하고 있다. 날마다 사랑과 정성으로 식탁을 준비하고 좋은 영향을 끼치는 손으로, 가정과 가족에게 필요한 손으로 살아가자고 다짐하게 된다.

삶이 만만치 않음은 물론이려니와 옳지 않음이 활보하는 세상 소용돌이에 맞닥뜨릴 즈음이면 나도 모르게 쌓여있는 죄업을 발견하게 되고, 나 때문에 생긴 예수님 손의 못 자국이 클로즈업 되면서 회개의 눈물을 흘린 일이 얼마나 많았던지. 부디 남은 날 동안에도 기도하는 손이 되어 손을 손 되게 하는 보람의 손으로 살아지고 싶다. 볼품없지만 부끄러운 손이 아닌 수고와 사랑의 손으로 살게 해주신 창조주께 깊은 감사를 올려드리게 된다.

참으로 아름다운 손은 성녀 테레사 수녀의 손이다. 한센 병 환자 환부를 어루만져주며 저들의 고통에 동참하시려 평화의 마을을 개설하고 ‘사랑의 선물’ 이란 장기 요양소도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나병과 결핵, 에이즈 환자를 위한 요양원과 거처, 무료 급식소, 상담소, 고아원 학교 등 610개의 선교 단체를 설립한 거룩한 손이었다. 아름다운 손으로 끝없이 봉사해온 성별된 손이었다.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기쁨을 간직했기 때문이리라.

고뇌의 기적을 촛불로 밝혀 내신 손으로 손을 가장 손 되게 살아오신 분이시다. 하릴없이 핸드폰이 쥐어져 있는 손 보다 성경이 놓여있는 손으로 쉼 없이 성경 필사를 하는 손으로 쓰임 받으며 손을 손 되게 해주시기를 낮은 마음으로 조아려 간구 드리게 된다. 손은 마음의 비롯이요 소중한 감정이 담겨져 있어 생을 이어가게 해주는 힘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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