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발 이용객 30%↑, 매장 식사는 47% 급감
UCLA 4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는 “일주일에 적어도 8번 정도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햄버거나 치킨 등 투고 음식을 드라이브 스루에서 받기도 하고 때로는 스타벅스에서 나만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맛보기도 한다. 김씨는 “매장 안에서 먹는 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싶은 마음이 더 커 드라이브 스루를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 인기가 치솟자 요식업계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는 지난 10월 열린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온라인 디지털 주문에 따른 드라이브 스루 수입이 늘면서 40%의 매출 상승을 기록하자 드라이브 스루 전문 매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가 넓어 대중 교통 보다 자차 이용이 높은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인과 접촉을 꺼리는 사회 현상이 더해진 탓이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중심으로 미국 요식업계는 매장 내 식사 공간을 줄이는 대신 드라이브 스루 전용 차선을 확장하는가 하면 좀 더 ‘빠르고 원활한’ 드라이브 스루를 운영하기 위해 온라인을 결합해 대기 시간을 줄이려는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금 ‘드라이브 스루 전성 시대’에 있다.
7일 뉴욕타임스(NYT)는 팬데믹 이후 타인과 접촉 최소화와 빠른 서비스를 요구하는 미국 사회 전반의 변화 분위기 속에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요식업계의 지형도까지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노믹에 따르면 지난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한 미국인들의 수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30%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올해 상반기 패스트푸드점 내에서 식사를 한 미국인의 수는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47%나 크게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드라이브 스루 수요가 급증하면서 요식업계의 매출 우선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9월 패스트푸드 체인업계의 전체 매출에서 드라이브 스루에서 발생한 수입이 3분의 2를 차지해 드라이브 스루가 주 수입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을 비롯한 요식업계는 1,130억달러 규모의 시장 규모에서 드라이브 스루가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자 드라이브 스루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수요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파이스는 매장 내 식사 공간을 절반으로 줄여 드라이브 스루에 할애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고, 타코벨은 드라이브 스루 차선 확대를 위해 매장 내 식사 공간을 아예 없애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치킨샌드위치 전문점인 칙필레는 내년 애틀랜타에 한번에 75대의 차량을 소화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전문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드라이브 스루 수요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감염 노출로부터 안전을 위해 타인과 접촉을 피했던 사회적 분위기가 원인으로 크게 작용했다고NYT는 분석했다.
최근엔 온라인과 SNS 발달로 빠른 주문 처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패스트푸드 체인업계는 고객의 대기 시간 줄이기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인터치 인사이드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체인점 평균 식사 비용이 10.35달러임을 감안해 주문 처리 시간을 5초씩만 줄여도 매장당 연간 8,210달러를 더 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도널드는 지난해 말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모바일형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열었다. 미리 주문한 뒤 매장에 도착해 주방과 연결된 컨베이어 벨트로 음식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이 매장은 맥도널드 전체 평균 4분51초 보다 1분 가량 빨랐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