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의대 등 공동 연구
녹내장 환자가 술을 끊으면 실명 위험을 최대 37%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와 하아늘 제주대병원 안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0~2011년에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은 음주자 1만3,643명의 음주습관 변화 여부에 따른 실명 위험도를 2020년까지 추적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녹내장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해 보게 하는 시신경에 기능 이상이 생겨 시야의 결손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연령관련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한국인의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질환이 서진행되는 동안에도 증상이 거의 없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녹내장은 아직까지 완치 방법이 없다. 질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안압하강제를 점안하는 것이 최선이다. 환자들이 생활 속에서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금주나 금연, 운동의 중단 또는 증량이 녹내장 경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한국인 1명당 알코올 섭취량이 연평균 8.3리터에 달한다는 점에 착안하고 음주 습관의 변화가 녹내장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우선 녹내장으로 진단될 당시 음주를 하고 있었던 1만3643명을 진단 후 알코올 섭취 여부에 따라 지속적인 음주자와 금주자 그룹으로 나눴다.
이어 음주량에 따라 ▲소량 음주자 ▲과량 음주자로, 주당 음주 빈도에 따라 ▲저빈도 음주자 ▲고빈도 음주자로 추가 분류했다.
음주 습관의 변화와 녹내장 환자의 실명 위험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2866명은 녹내장 진단 후 음주를 지속한 환자들에 비해 실명 발생 위험도가 약 37%(조정된 위험비 0.6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과량 음주자는 실명 위험이 약 1.78배 높았다.
연구자들은 일주일에 알코올을 105g 이상 섭취한 경우를 과량 음주라고 정의했다. 소주 1잔에 알코올이 대략 10g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면 일주일에 소주 10잔 이상만 마셔도 과량 음주에 해당한다. 소량 음주자도 실명 위험이 약 1.52배 증가했다.
녹내장 진단 후 소량의 음주도 실명 위험을 유의하게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명 위험은 알코올 섭취량 뿐 아니라 섭취 빈도와도 연관이 있었다. 일주일에 4일 이상 술을 마신 고빈도 음주자는 금주자에 비해 실명 발생 위험이 약 2.5배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녹내장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술을 줄이거나 끊도록 하는 생활습관 개선을 권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근거”라며 “생활습관 교정이 만성질환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