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고교생 3분의1 이상
알콜·펜타닐 등 다중남용
성적 부담에 손 대기도
학부모-전문가 함께 나서야
미주 한인사회 청소년들의 위기 중 큰 부분은 바로 마약 문제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 여름 마약에 중독된 한인 청소년이 결국 이로 인해 숨진 사례가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충격을 준 가운데(본보 10월26일자 보도) 친구들과 함께 한 두 번 마리화나와 펜타닐 등 마약을 시도해보다가 결국 중독의 늪에 빠지는 한인 자녀들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주 한인 청소년들의 마약 남용 문제는 특히 팬데믹 이후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에 중독되는 청소년들의 연령 또한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과거에 비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학생들이 마약에 쉽게 노출되고, 마약 가격이 크게 저렴해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올해 4월 발표한 ‘질병과 사망 주간 보고서’(MMWR)에 따르면 2021년 기준 3분의 1 이상의 고등학생들이 알콜, 대마초, 또는 오피오이드를 남용했으며, 이들 중 약 34%는 두 가지 이상의 위험물질을 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 10명 중 3명 이상의 학생들이 알콜, 대마초, 마약 등의 경험을 해본 것이다.
마약, 도박, 알콜 등 각종 중독자 한인의 재활을 돕는 비영리단체 한인 중독증 회복 선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해왕 선교사는 “지금은 ‘다중 중독 시대’로 학생들은 한 가지에만 중독되는 게 아니라 마약, 술, 도박 등에 한꺼번에 중독된다”며 “마약 중독은 난치병으로 육체와 정신이 망가지는 병”이라고 전했다.
이 선교사는 한인 가정 중 의외로 약물 등 중독문제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은데 중독 치유 전문기관이 적고, 한인들이 수치심 때문에 회복을 위해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 1999년부터 중독증 치유 사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1999년부터 2022년까지 24년간 총 중독 전화상담은 3,806건, 회복모임 참석 총 연간 인원은 1만9,579명으로 집계됐다.
이 선교사에 따르면 한인 1세대 부모들은 자녀들의 마약 문제로 괴로움을 겪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매장될까 자식의 마약 복용 사실을 숨기는데 급급하고,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해광 선교사는 “과거에는 청소년이 술 마시는 게 일탈의 한 종류였다면 요즘 학생들은 대마초가 기본인 것 같다”며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마약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마약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쉬워진 게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마약 할 일도 없다는데, 이것도 사실과는 매우 다르다”며 “일부 학생들은 공부할 때 집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또는 공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마약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에는 무조건 재활센터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와 상담을 진행하고, 재활센터에 들어가 디톡스 테라피를 받는 게 최선이다. 또한 중독의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삶의 환경을 바꾸고 현재 자녀와 연결돼 있는 친구들과 관계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CDC 소속 로렌 탄즈 박사는 “마약을 한 번 한 사람 치고 한 번에 끊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며 “마약 치료는 장기전”이라고 전했다.
미 최대 교사노조인 국립교육협회의 베키 프링클 회장은 “학교에서는 날록손을 확보하는 것 이외에도 약물 인식과 예방 프로그램을 재구성하는 등 학생들의 약물 중독에 대처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학생들의 마약 중독은 학교의 위기가 아닌 지역 사회의 위기다”고 전했다.
이어 “따라서 교육기관 뿐만 아니라 학부모, 가족, 지역사회, 정부 등이 연대해 학생들의 마약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 중독증 회복 선교센터 상담 전화 (909)595-1114, (909)802-4588, 이메일 상담 counsel@irecovery.org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