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노조·할리웃 작가 파업 여파로 소비자 부담↑
지난달 30일 GM, 포드, 옛 크라이슬러인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 빅3를 상대로 동시 파업에 나섰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3개 업체와 잠정 합의를 이루고 파업을 철회했다. 6주 동안의 파업은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한 노조의 승리로 끝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UAW 션 페인 노조위원장은 “우리의 파업을 통해 GM의 마지막 한 푼까지 쥐어 짜내었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는다”고 자평했다. 파격적인 임금 인상으로 빅3 완성차 업체는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떠 안게 됐다. 자동차 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임금 인상 파업의 여파는 할리웃 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합의에 도달해 148일간의 파업을 끝낸 미국작가조합(WGA)도 임금 인상이라는 승리를 얻었다. 배우방송인조합(SAG-AFTRA)도 임금 인상을 포함해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을 7월부터 이어오고 있어 영화 및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은 노조 파업을 끝내는 대신 서비스료 인상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자동차 노조와 작가 및 배우방송인 노조의 파업이 사실상 종료됐거나 마지막 합의 수순으로 접어 들고 있다. 그러나 파업 종료 합의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관련 업계는 가격 인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격 인상이라는 파업 종료 청구서는 온전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전가되는 모양새다.
WSJ에 따르면 GM은 포드, 스텔란티스와 마찬가지로 4년 동안 25%의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공장 현장 생산직 노동자 중 상위 연봉자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42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2009년 폐지됐던 생활비 수당이 복원되고 9개월 이상 파트타임 노동자의 풀타임 직원으로 전환도 포함됐다. 오는 2028년까지 단체협상이 유효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 노조원의 연봉은 8만달러 중반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WSJ은 “지난 22년간의 인상액보다 향후 4년간 인상액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임금 인상에 따른 빅3 완성차 업체의 재정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GM의 경우 인건비가 향후 4년 동안 70억달러 늘어날 전망이다. 도이체 방크는 빅3 합산 200억달러의 비용 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로 빅3 완성차 업체의 고통이 커지자 자동차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노조와 잠정 합의한 포드는 “인건비 증가분을 고려해 신차 1대당 850달러에서 최대 900달러를 더 받아야 할 것”이라며 자동차 가격 인상의 뜻을 나타냈다.
신차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자동차 가격 인상 현상은 빅3 완성차 업체를 넘어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가 절감 노력이 있겠지만 원가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파업의 가격 인상 청구서 여파는 할리웃 산업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미국작가조합(WGA)는 월트디즈니와 넷플릭스 등 할리웃 대기업들로 구성된 영화 및 TV제작자협회(AMPTP)와 잠정 합의를 통해 임금을 올해부터 3년 동안 연간 5%, 4%, 3.5%씩 순차적으로 인상한다. 또한 작가실에 최소 3명의 작가 고용 보장, 스티리밍 데이터 제공, 재상영 시간에 따라 추가 분배금 지급 등의 안들도 포함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현재 진행 중인 할리웃 배우방송인조합의 파업이 끝나고 나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업체들이 요금제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가격 인상 대상이 되는 요금제는 광고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요금제다. WSJ은 “정확한 인상 가격과 시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넷플릭스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