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 진화·확산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떡볶이떡 같은 찐득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들 하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떡볶이도 먹습니다.” (유대현 BCS로열푸드 회장)
“창업 초기에는 미국인의 문화에 맞게 한식을 개량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한식 본래의 모습 그대로 내놔도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미슐랭 스타 한식 레스토랑 ‘오이지미’ 김세홍 오너셰프)
글로벌 외식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의 한식 관련업 종사자들이 미국 내 한식의 인기가 반짝 열풍이 아닌 지속가능한 추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고급 식당(파인 다이닝)부터 슈퍼마켓용 가공식품까지 산업화를 위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식이 세계화 단계를 넘어 세계 속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30년 이상 식품 유통업체를 운영 중인 유 회장은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3 K푸드 글로벌 비전 갈라’의 포럼 연사로 나서 “식품 시장을 대중적 상품(mass) 시장과 스페셜티 시장으로 나눈다면 현재 한식은 스페셜티 시장에서 주목 받는 분야”라며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팝 인기에 미국인들이 찾는 음식도 라면, 만두, 코리안 바비큐에서 벗어나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K-푸드 중 최근 인기가 있는 제품으로는 한국식 핫도그와 빙과류를 꼽았다. 유회장은 “미국에도 핫도그가 있지만 한국식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한국 핫도그는 미국에서 너무도 맛있고 특별한 경험을 주는 아이템이라고 본다”며 “또 한 가지 지난해부터 놀란 제품군은 빙과류로, 현재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K푸드 가운데 김밥의 경우 최근 유기농 전문 소매업체인 트레이더 조가 선보이면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는 가공식품 시장에서 K푸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유 대표는 미국 내 김밥의 미래에 대해 “(갓 만든 김밥 맛에 익숙한) 미국 내 한국인들이 냉동 김밥을 찾지는 않을 수 있다”며 “오히려 현지인들을 중심으로 건강하고 간편한 한국식 패스트푸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식이 보다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식자재 공급 인프라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장진호 자이언트 푸드 대표는 “식품산업의 성공 요인을 운영과 마케팅, 식자재 인프라 등 3가지로 본다면, 현재 한식 산업에서 부족한 점은 바로 공급 인프라”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가별 음식 산업 중 미국에서 성공한 곳은 중식과 일식, 태국식이 꼽힌다. 이 세 나라의 음식 산업은 모두 역사적 우여곡절을 겪으며 식당 운영과 마케팅, 식자재 공급 시스템을 차례로 완성하게 됐다는 것이 정 대표의 평가다.
반면 한식 레스토랑의 경우 40여 년 한인 이민사와 함께 발전하면서 질적인 운영 시스템은 발전한 반면 양적인 식자재 유통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케이팝 등 케이컬쳐의 도약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마케팅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앞으로 한식 산업화 성공의 키는 식품 유통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행사는 동부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KCGC) 주최로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문준호 KCGC 회장은 “이제 한식은 메뉴의 다양화와 대형화 등을 통해 산업화를 이뤄야 한다”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서로 협력해 저렴하게 식자재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는 한식의 성공적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