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이규 레스토랑

[시론] 고령운전자 전성시대

지역뉴스 | | 2023-10-30 18:01:46

시론, 윤여춘 전 시애틀 고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최근 프리웨이에서 추돌사고를 당했다. 아침 러시아워의 ‘범퍼-투-범퍼’ 상황이어서 충격은 미미했다. 내 차를 들이박은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보니 나보다 꼭 40살이 적었다. 내가 면허증을 땄을 때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이다. 갓길에서 보험정보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지나가며 본 많은 운전자들은 십중팔구 “노인네가 잘못했겠지…”라고 생각했을 터이다.

권위를 자랑하는 랜드연구소의 분석이 그렇다. 65세 이상 노인운전자들의 사고유발 비율이 25~64세 성인들보다 16%나 높다. 미국 전체인구의 9%인 노인들이 사망자를 초래하는 전체 교통사고의 13%, 보행자를 치사시키는 충돌사고의 17%를 각각 유발시킨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노인 운전자 본인들이 사망하는 비율도 25~64세 성인들보다 17배나 높다.

이달 초 플로리다에서 자전거를 타고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고교생이 스쿨버스에 치여 숨졌다. 학교구역에서 스쿨버스가 사고를 낸 것보다도 그 스쿨버스 운전자가 팔순을 앞둔 할머니라는 점이 더 문제됐다. 이 할머니는 2년 전 76세 때 취업한 후 두 번이나 충돌사고를 냈지만 이틀간 정직처분을 한 번 받았을 뿐 계속해서 스쿨버스를 운전해왔다.

한국에서는 작년 12월 SUV를 운전하다가 ‘급발진 의심’ 충돌사고를 일으켜 동승한 12세 손자를 잃은 60대 할머니가 논란 끝에 지난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같은 무렵 부산의 한 5층 주차건물에서 택시가 벽을 뚫고 추락해 70대 기사가 숨졌고, 80대 운전자가 과속으로 몰던 그랜저는 다중충돌사고를 낸 후 행인 2명을 덮쳐 숨지게 했다.

지난 2020년 미국에서 노인 7,500여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부상당해 병원에 실려간 노인은 20여만 명에 달했다. 길에서 매일 노인 20여명이 죽고 540여명이 다친 셈이다. 한국에선 2021년 1,260여명이 사망하고 3만6,800여명이 다쳤다. 이들이 모두 운전자는 아니지만 노인들의 교통사고 사망률과 부상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확연하게 높다.

미국의 65세 이상 운전자는 4,800여만명에 달한다(2020년 통계). 2000년 이후 20년간 68%나 증가했다. 요즘 운전대를 잡는 사람 5명중 1명 이상이 노인이다. 그 비율이 2025년에는 4명 중 1명꼴로 늘어난다고 랜드연구소는 분석했다. ‘인생 100세 시대’답게 고령 운전자는 그 후로도 계속 늘어날 터이고 이들로 인한 사고도, 인명피해도 늘어날 터이다.

고령운전자 이슈가 4년 전 지구촌에 회자됐다. 당시 97세였던 에든버러 공(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남편)이 랜드로버를 몰고 가다가 마주오던 기아 미니밴을 들이받았다. 차가 뒤집혔지만 그는 멀쩡했다. 미니밴의 젊은 여성 운전자와 아기도 경상만 입었다. 며칠 후 에든버러 공은 새로 뽑은 랜드로버를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전하다가 경찰의 경고를 받았다.

백수(99세)를 누린 귀족 에든버러 공에겐 운전이 취미였다. 나를 포함한 보통 노인운전자들에겐 운전이 생활수단이다. 세계최고의 전철 시스템을 자랑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대중교통은 후진국 수준이다. 뜸하고 느린 건 차치하고 불결하고 위험하다. 동양인들이 인종차별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LA와 시애틀에서 반세기를 사는 동안 전철을 타 본적이 없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운전하는 게 예전 같지 않다. 시력과 청력이 떨어진 탓에 운전 중 주변 상황에 잽싸게 대응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프리웨이에서 내려야할 램프를 놓치기 일쑤고 길거리 주차도 단번에 못 끝내고 낑낑댄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한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중 66%가 운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면허증 반납 의향을 밝힌 노인비율도 67%로 비슷했다. 이들이 꼽은 적절한 반납 나이는  80.64세였다. 내가 딱 그 나이인데 나는 운전대를 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옆집의 젊은 부부로부터 공항(버뱅크)에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애든버러 공은 팔팔하게 운전하면서 99세에 죽었다. ‘팔팔운전 구구사’가 모든 고령운전자들의 야무진 꿈일 터이다.

<윤여춘 전 시애틀 고문>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나혼자 산다’주택 구입자 갈수록 증가세
‘나혼자 산다’주택 구입자 갈수록 증가세

주택 구입은 인생 최대 규모의 구입이다. 수십만 달러 또는 백만 달러가 훌쩍 넘는 큰 규모의 지출이 필요한 것이 바로 주택 구입이다. 대부분 모기지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지만

이자율 하락 전망…“2년 내 기대만큼 안 떨어질 것”
이자율 하락 전망…“2년 내 기대만큼 안 떨어질 것”

2025년 을사년의 새해가 활짝 밝았다. 모기지 이자율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오름세로 새해를 시작했다. 이자율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던 바이어들은 조급한 마음으로 연초를 시작하고 있다

LA 산불 닷새째 불길 시내쪽으로 확산…돌풍 강해져 긴장 고조
LA 산불 닷새째 불길 시내쪽으로 확산…돌풍 강해져 긴장 고조

사망자 최소 11명, 건물 1만2천여채 소실…명소 게티미술관 등 위협대형 화재 2건 진압률 10%대…소화전 고갈 등에 비판론 커져  10일 화염이 번지고 있는 LA 맨더빌캐니언 지

“사기 방지 요령 숙지”… 그래도 걸려드는 사기 피해
“사기 방지 요령 숙지”… 그래도 걸려드는 사기 피해

작동 않는 구식 요령 과감히 버려야피해자 신뢰 얻는 방식 파악 대처구체적 행동 요령 더 효과적 지적전화로 개인정보 공개 하면 안 돼  각종 사기 범죄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예전 범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가…주범은 자동차 보험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가…주범은 자동차 보험료

신차 가격 인상에 보험료↑팬데믹 이후 보험료 51% 올라잦은 사고와 수리비 급등가입자 줄면 더 오를 수도  인플레이션이 속 시원히 해소되지 않는 이유가 자동차 보험료 급등 때문이라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취임 10일 앞두고 베네수·우크라 등 출신 18개월간 임시보호지위 연장 조 바이든 행정부가 10일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 우크라이나, 수단 등에서 온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근육량 못지않게‘근육의 질’중요… 암 치료 효과도 높인다

근육에 지방 쌓인 근지방증유방암 치료 효과 낮춰심근경색·빠른 간섬유화도 근육 속 지방 축적 정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의 질’을 바꾸면 암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언제부터 눈물이 많아져서 주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소원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부랴부랴 심리 상담부터 받기 시작했어요.”초교 5학년 아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간은 심각한 손상이 된 뒤에도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간을 ‘침묵의 장기’로 부르는 이유다. 간의 침묵으로 인해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나 된다.간암 발병 경로를 거꾸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직장에서 한 자세로 오랫동안 집중하거나 앉아 있으면 근육이 뭉치고 관절이 약해지기 쉽다. 거기다 심각한 과로와 만성피로까지 겹치면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업무 중 틈틈이 어깨 관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