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할인판매 증가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상쇄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내놓은 판촉 할인 전략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할인 품목들은 크게 늘어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에 육박할 정도지만 고물가의 여파로 할인 가격이라도 예전보다 크게 올라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할인 세일에도 불구하고 ‘매출 하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자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23일 월스트릿저널(WSJ)은 식료품 업체와 대형 체인 식당들이 대대적인 판촉 할인에 나서고 있지만 고물가에 소비 심리가 얼어 붙으면서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닐슨에 따르면 미국 내 식료품 업체들이 지난 1년 동안 판매한 제품 중 33%가 할인 판매로 나타났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6%에 3%포인트 모자란 수치다. 인플레이션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식료품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판촉에 나선 탓이다.
대형 체인 식당들을 중심으로 요식 업계도 할인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한인들도 애용하는 KFC는 핫앤스파이시 윙 8 조각을 4.99달러에 할인 판매하고 있으며 애플비스는 12.99달러에 치킨 윙을 무제한 먹을 수 있는 할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문제는 식료품 업체와 대형 체인 식당들이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판매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닐슨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까지 1년 동안 미국 내에서 판매된 식료품 판매량은 전년도 판매에 비해 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판매량을 보인 데는 고물가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식료품의 경우 할인 가격이라고 해도 예전에 비해 3분1이나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 1년 동안 그로서리 마켓에서 한 개를 사면 다른 한 개를 공짜로 주는 ’1+1‘ 할인으로 판매된 프레첼의 평균 판매 가격은 4달러였다. 하지만 4달러로 할인된 가격은 예전 가격 보다 47%나 오른 것이다. 땅콩 버터의 평균 할인 가격은 팬데믹 이전 가격에 비해 21%, 팬케이크 믹스는 33%나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식당 할인 가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올리브 가든이 소스와 토핑을 포함해 종류 요리를 무제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13.99달러에 할인 판매했는데, 이 가격은 팬데믹 이전 10.99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3달러나 오른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서키나에 따르면 대형 체인 식당들의 공격적인 할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할인 가격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40% 가까이 급등했다.
고물가에 식료품 가격과 음식값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인 것이 기업과 식당들의 할인 정책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9월 그로서리 마켓 판매 가격은 전년 대비 2.9% 상승한 반면에 식당의 음식값은 6%나 올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료품 업체와 대형 식당들의 할인 세일에도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는 곧바로 주가 하락으로 나타났다. 뉴욕증시 3대 지수인 S&P 500 지수에서 식품 및 육류 가공 업체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 19%나 하락했고, 식당들의 주가는 지난 3개월 동안 11%나 떨어졌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