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대출의 70% 차지…대손충당금 크게 늘리고 CRE 대출 줄이기 나서
상업용 부동산 경기 둔화 속에 대출 연체가 심화되면서 은행권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재는 대형 은행 중심으로 리스크가 노출되고 있지만 실제 위기 상황은 중소형 은행이 더 심각한 만큼 한인 은행들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해 손해를 보는 대손에 대비하기 위해 무려 1억3,400만 달러의 충당금을 확보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상황 악화에 따른 것으로 해당 대손충당금이 회계상에 모두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재택 근무 확산으로 인한 공실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빌딩 소유주들이 결국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면 금융권으로 리스크가 번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쌓아 놓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CRE)에 대한 리스크 우려는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골드만삭스는 최근 사무실과 관련된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올해 들어 절반가량 줄였다고 말했다. 당장 대출을 늘리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CRE 조정에 나선 것이다.
이외에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90일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NPL)이 상업용 부동산 문제 등으로 인해 2분기 42억7,000만 달러에서 3분기 50억달러 가까이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최악의 경우 이와 같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모두 손실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CRE 대출과 관련된 위기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이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최근 장기채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하는 등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관련해 신규 대출을 받거나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게 더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CBNC와 플로리다 애틀랜틱대학의 레벨 콜 교수는 “CRE와 관련된 고정이하여신 증가세는 향후 최소한 1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는 뇌관이 한인 은행들을 포함한 소형 지역 은행들에서 터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시티그룹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70%가 지역은행이나 소형은행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의 올해 초 조사에 따르면 소형 은행들의 관련 위험 노출액이 대형은행의 4.4 배이고, 시티그룹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는 지역 은행이나 소형 은행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한 한인 은행 관계자는 “남가주 한인은행들은 현재 우려되는 오피스 기반 상업용 부동산보다는 소형 상가 중심으로 대출을 했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앞으로 경기 둔화가 오면 상가 건물도 공실이 늘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는 꾸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