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불과 410만채 판매…모기지 이자 조만간 8%
캔자스주 헤스턴에 거주하는 데지레 에징턴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3베드룸 단독주택을 처분하는 데 애를 먹었다. 지난해 10월 65만달러에 집을 내놓았지만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금리가 치솟자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에징턴은 “집값을 40만달러로 깎고 나서야 지난달 구매자를 찾았다”며 “빨리 팔릴 줄 알았는데 금리가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구매자가 없어 결국 집값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 전국 주택 시장이 빠르게 급랭하고 있다. 23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있는 모기지 금리에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 주택 매수 수요가 얼어 붙은 데다 주택 가격마저 떨어지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매매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주택 판매량은 2008년 이후 최저치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는 주택 시장은 인플레이션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도대체 미국 주택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3일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은 올해 미국 내 주택 판매량은 410만채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촉발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판매량이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미국 주택 시장은 15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 시장의 판매량 크게 줄어든 원인으로 모기지 금리를 꼽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를 꺾고 있다는 것이다. 모기지 국책 기관인 프레디 맥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7.57%로 7%대를 돌파했던 지난 8월 이후 0.5%포인트나 더 상승했다. 모기지 금리는 조만간 8%대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모기지 금리가 크게 뛰자 신청 수요 크게 줄었다.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 9월 모기지 신청 수는 199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감소했다”며 “이는 향후 수개월 동안 주택 매매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란 신호”라고 지적했다.
주택 판매량 감소의 또 다른 원인으로 매물 부족이 있다. 매물 부족은 금리가 오르기 전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집을 다시 내놓지 않고 있는 탓이 크다. 레드핀에 따르면 모기지를 안고 있는 미국 주택 소유주의 60%가 해당 대출을 받은 지 4년을 넘지 않았고, 62%는 현재 부담하는 이자율이 4% 미만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 매물은 지난 6월 61만4,000채로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92만8,000채에 비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기대를 모았던 신규 주택 건설도 예상보다 저조해 새집 공급도 부족한 상태다. 올해 전반기까지만 해도 주택 건설 경기가 호황을 누렸지만 거기까지였다. 고금리에 신규 주택 공급도 타격을 받았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에 따르면 9월 주택시장지수는 떨어져 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주택 시장의 침체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미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고금리에 매물 부족으로 주택 구매 수요가 렌트 시장으로 몰리면서 주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시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켜 인플레이션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주택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가전업계와 가구업계 등 관련 업계들도 연쇄적인 매출 하락에 고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기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내년이 돼야 주택시장의 불황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와 매물 부족은 젊은 세대들의 주택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레드핀이 지난 5월과 6월 MZ세대(1981~1996년생)의 20%가 평생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을 것이라 답할 정도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주택 구매력은 지난 8월에 들어서 198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고액 소득자나 현금 보유자를 제외하고 주택 구매가 쉽지 않다는 의미라고 NAR은 지적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