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고정 이자율 7.72%, 조만간 8% 넘을 것 전망
지난 수년간 집 구입을 위한 다운페이를 열심히 모아온 한인 박모씨는 결국 집 구입의 꿈을 무한정 미뤘다. 박씨는 “매물 부족에 7%를 훌쩍 넘어 8%에 육박하는 모기지 금리까지 감안하면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온다”며 “금리가 떨어진다면 내년이나 다시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 속에 모기지 금리가 8%에 육박하면서 주택 수요가 얼어붙고 있다. 모기지 신청도 28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매체 CNBC 방송은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금리가 이번 주 7.7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모기지은행협회(MBA) 집계에 따른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도 1년 전만 해도 5.65% 수준이었는데, 지난주에는 4주 연속 상승한 7.53%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모기지 금리가 8%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올해 초만 해도 6% 수준으로 떨어지며 봄 철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여름을 지나며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주택 매매 건수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전국 주택 시장이 모기지 금리 상승, 주택 가격 상승, 매물 부족 등 3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한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는 “가격이 미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주에서 모기지 금리는 바이어들에게 아주 민감하다”며 “주택 매입을 문의하는 한인들이 확연히 감소하는 등 상승하는 모기지 금리가 주택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말했다.
실제 모기지 금리가 3% 정도에 불과했던 코로나19 확산기와 비교하면 가주 중간 가격대인 80만달러 주택을 계약금 20%와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로 구매할 경우 월 모기지 부담금이 무려 1,860달러나 증가한다.
모기지 금리가 계속 오르는 배경에는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금리 및 국채 금리의 상승이 있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기준금리를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모기지 금리가 추종하는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급등, 이번 주에 2007년 이후 최고치인 4.8778%를 찍었다.
부동산 매체 ‘모기지 뉴스 데일리’의 매슈 그레이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고용 등 경제지표 호조로 금리가 올라갔다”면서 “올해 기준금리가 하락할 가능성도 낮은 상태에서 높은 금리 모기지 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폭스 비즈니스는 이러한 배경 속에 주택 수요도 빠르게 식고 있다고 전했다.
MBA가 발표한 모기지 신청 지수는 지난주에 앞선 주 대비 6%, 전년 동기 대비 22% 하락했다. MBA의 조엘 칸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급등으로 잠재적 주택구매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주택구매 시장이 1995년 이후 2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저금리 당시 대출로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신규 대출에 따른 고금리 부담을 우려해 ‘갈아타기’를 망설이면서 기존주택 매물이 줄고 선택폭이 좁아진 것도 주택 수요 둔화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한인 부동산 브로커는 “주택 매물 부족으로 바이어들은 매입 경쟁을 벌여야 하고 낙찰에 성공해도 높은 모기지 금리 부담을 안게 된다”며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현금이 많거나 경제 상황이 좋은 부유층만 주택 매입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