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 후손 이석 이사장 등 후원 제막식
LA시의 대표적 커뮤니티 칼리지로 한인들이 다수 재학하고 있고 한국어 강의도 활성화돼 있는 LA 시티칼리지(LACC)에 미국내 공립대학 최초로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섰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를 계기로 한국어 열기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일 오전 세종대왕 동상 제막식이 LACC캠퍼스 내 메인 쿼드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글날’(10월9일)을 나흘 앞두고 열려 더욱 의미를 더했다. 동상은 높이 2.44미터, 폭 1.22미터 크기로 대리석 기단위 청동 재질 상반신 형태이며, 제작에는 총 5만 달러가 들어갔다.
이 동상은 전북 전주에 있는 황실문화재단 이석(고종황제 손자) 이사장과 그의 양자이자 황실 후계자로 지명된 한인 사업가 앤드루 이(한국명 이상민) 임페리얼 패밀리 컴퍼니 대표가 LACC와 함께 추진했다. 제작 비용은 앤드류 이 대표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손’ 이석 이사장과 앤드루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LACC에 한국어 교육기금 1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는데, 이 후원금은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을 위한 장학금과 문화 행사에 사용되고 있다. 이번 동상은 이와는 별개로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세종대왕의 ‘어진’(초상화)은 과거에 소실돼 현재 실제 얼굴을 알 수 없다. 이석 이사장에 따르면 이번에 LACC에 들어선 세종대왕 동상의 얼굴의 경우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의 얼굴을 본따서 만들었는데, 앞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은 홍익대학교 조각가 교수가 효령대군과 이석 이사장의 얼굴을 섞어 만들었기에 LACC 세종대왕 역시 같은 표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제막식에는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LA 커뮤니티 칼리지 교육구(LACCD) 총장, 아마누엘 게브루 LACC 총장, 이석 이사장, 아시아계 의원 중 한 명으로서 축하를 전하러 온 마이크 퐁 주 하원의원 등 LACC 임직원 및 학생, 정계 관계자, 학생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로드리게스 LACCD 총장은 “오늘 세종대왕 제막식은 단순히 동상 제막식을 넘어 교육의 힘과 잠재력을 되새기는 중요한 행사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해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정보를 얻고, 영감을 얻을 수 있게 한 인물이다. 이는 가장 평등한 고등 교육제도인 우리 커뮤니티 칼리지가 지향하는 바와 같다. 오늘 동상 공개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게브루 LACC 총장은 “세종대왕 동상은 LACC가 다양성을 수용하여 문화적 이해를 높이고 한인 사회와 그 풍부한 유산을 존중하는 상징이다. 세종대왕은 선견지명이 있는 지도자일 뿐 아니라 학자이며 교육적으로 문화적으로 큰 성과를 이룬 인물로 한국의 지적 진보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기에 우리 캠퍼스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석 이사장은 “해외 동포의 터전인 LA의 대학에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진데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고 있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위대한 언어다. 최근 한글을 배우려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세종대왕 동상 제막을 계기로 한글과 한국문화가 더욱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키 홍 LACC 한국어 클래스 디렉터에 따르면 LACC에서는 정규학기 10개 이상의 한국어 수업이 운영되며, 연간 1,000명 이상의 학생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