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앱 기능 집중 투자, 촘촘한 지점망도 강점 부각
“지역 뿐 아니라 전국 고객까지 확보해야 산다”
주류·한인 은행권 모두 신규 고객 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인 은행권에서 온라인과 스마트폰 애프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뱅킹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두드러졌는데 은행들은 핵심 수익원인 대출 확충을 위해 예금고 확충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특히 예금 대비 대출비율(예대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도 지속적인 예금고 증대가 필요하다.
남가주에서 영업하는 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PCB 은행, 오픈뱅크, CBB 은행, US 메트로 은행 등 6개 은행들은 SVB 파산 사태 이후 제기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사태) 우려에도 올해 2분기 총 예금고 285억421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중소형 커뮤니티 은행들의 뱅크런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만큼 당분간 예금 확보 노력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미국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은행권에는 악재이다. 10년 만기와 30년 만기 장기국채 금리는 5%에 육박하고 있다.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 유동성 위험을 우려하는 경계감도 다시 커졌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탓에 금리 급등 시 평가가치가 급락하게 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경우 장기국채를 많이 보유했다가 금리 상승으로 자산 평가가치가 하락하자 유동성 우려가 부각되며 지난 2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베어트랩스 리포트 창립자인 래리 맥도널드는 “핵심자본이 약화하면 다른 부문의 약점이 기하급수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며 “만약 채권 금리가 6∼7%로 상승하게 되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인은행들은 이같은 시장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한인은행들은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넷과 앱 등 디지털 플랫폼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인은행들은 매년 온라인 홈페이지와 앱에 연동된 서비스 투자를 늘리고 고객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UI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 노력에 힘입어 6개 남가주 한인은행들의 온라인과 앱 뱅킹은 기능과 서비스 측면에서 주류 중소형 커뮤니티 은행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류 대형 은행들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 등 한인은행들의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양도성 예금증서(CD) 등 다양한 예금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가입이 가능하다. 한인은행 입장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예금 고객을 유치하면 비용 절약 효과도 있고 그만큼 이자율 경쟁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한인은행들의 온라인과 앱 뱅킹 기능은 한인 1.5세와 2세 고객 유치에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한인은행 한인 고객은 “그동안 주류 은행을 사용하던 아들도 한인은행의 앱 기능을 보고는 계좌를 한인은행으로 옮겼다”며 “젊은이들에게 앱 뱅킹이 특히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류 은행들이 지점망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는 가운데 남가주 한인은행들의 LA와 오렌지카운티 내 촘촘한 지점망도 강점이다. 실제로 한인은행들에 따르면 한인은행 지점들이 위치한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 비한인 주민들이 찾아와 체킹이나 예금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가 올해 들어 부쩍 늘었다.
최근 한인타운 내 한 한인은행에 체킹 계좌를 개설한 백인 주민은 “그동안 JP모건체이스뱅크를 사용했는데 지점 축소로 인해 은행에 갈 때마다 장기간 대기해야하는 등 너무 불편했다”며 “상대적으로 한인은행들이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아서 너무 만족하고 있으며 주위 친구들에게도 한인은행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기존 한인 1세 고객 외에 1.5세와 2세, 타인종 고객들을 확보해야만 장기적인 은행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