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3대 지수 이틀째 하락,
일, 금융완화 지속에 엔화 급락
미국이 긴축 장기화를 예고한 데 이어 일본도 당분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변경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져 10년 이상 장기물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일본과 미국과의 상반된 통화정책 및 금리 차가 부각되며 엔·달러 환율은 또 다시 치솟았다. ‘아직은 정책 방향을 전환할 때가 아니다’라는 게 양국 재정 당국의 중간 진단이지만 유가를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화하고 있어 미국은 금리 인하, 일본은 금리 인상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국채금리 고공 행진
미국 금융시장은 전날 연방준비제도(FRB·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의 긴축 장기화 예고 여파가 확산되며 주요 자산군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8bp(1bp=0.01%포인트) 오른 4.494%에 마감했다. 2007년 10월 18일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30년물 수익률도 2.4bp 오른 4.574%로 2011년 4월 13일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뜻한다. 금리 고공 행진 가능성에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고개를 들면서 나스닥종합지수가 1.82% 하락하는 등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
연준은 전날 내놓은 9월 점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5.1%를 제시했다. 이는 내년 중 금리 인하가 한두 차례에 그치고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점이 내년 하반기로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에버뱅크의 글로벌마켓 대표인 크리스 개프니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더 오랫동안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은 이 같은 연준의 전망을 마침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나온 견조한 고용지표도 긴축 장기화 전망을 부추겼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1,000건으로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유가 상승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유가 급등으로 인해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은 더 커졌다”며 “오일 스파이크는 정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日, 일단 마이너스 금리 유지
일본은행(BOJ)은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BOJ는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해외 경제, 물가 동향, 자원 가격 동향, 기업 임금 등 경제와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인내심을 갖고 통화 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최근 인터뷰에서 ‘임금 상승을 동반한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확신할 단계가 되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도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더 관심을 모았다. 인플레이션이 17개월째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는 점도 연내 정책 변화 기대감에 힘을 실었다. 총무성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3.1%로 12개월 연속 3%를 웃돌았다.
우에다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목표 실현(임금 상승을 수반하는 2%의 물가)을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마이너스 금리 등 정책 수정을 검토하겠다”며 “어떤 수단과 순서, 방식으로 변경해 갈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변경은) 그때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지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 완화 정책 유지 방침에 이날 엔·달러 환율은 148엔을 돌파하며 강세(엔화 가치 하락)를 보였다. 한편 일본의 기록적인 엔저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현지 시간) 뉴욕경제클럽 개최 강연에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잇따라 구두 개입에 나선 일본 재무 당국의 발언과 같은 내용이다.
<송주희 기자·백주연 기자, 뉴욕=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