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근무도 인기, 재택과 출근 근무 병행
한 대형 실리콘 밸리 IT 기업에 재직 중인 직원은 수개월전부터 부쩍 심해진 사무실 복귀 압박에 못이겨 출근하고 있지만 주위로 텅 빈 의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 퇴사를 알리는 문자를 보내 온 동료를 비롯해 상당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 탓이다.
이 직원들은 경영진의 사무실 복귀 요구를 거부하다 해고 조치됐다.
아마존 등도 얼마 전부터 “회사 규정에 따른 출근 일수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통보하며 해고를 예고했고 통신사 AT&T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중인 직원 6만여명에게 미국 내 특정 지역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명했다. 특정 지역 사무실 복귀를 원하지 않는 직원들은 해고 조치된 것으로 알려진다.
위 사례와 같이 출근 여부에 따라 해고를 결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은 사무실 복귀 요청에 대해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건전한 직장 문화를 가져온다”라며 “기업이 직원들에게 출근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에 대해 비용 절감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지지하는 직원들은 “사무실 출근이 생산 효율을 높인다는 유의미한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억지 출근으로 오히려 반발 언쟁만 늘어났다. 또 직원의 성과가 아닌 출근 여부로 해고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비용절감을 위한 해고를 출근 여부를 이슈화해 덮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의 해고 위험이 실제 사무실 복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상업용 부동산 관리 업체인 캐슬 시스템의 집계 결과 최근 미국 10개 대도시 사무실의 점유율은 47%로 전년 동기 47.5% 대비 오히려 하락,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을 복귀시키더라도 여전히 재택근무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채택하고 있다. 스탠포드대, 멕시코 기술자치대(ITAM), 독일 Ifo 연구소가 지난 4~5월 34개국 직장인 4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를 가장 많이 하는 국가는 월 6.8일을 기록한 캐나다였고, 영국(6일)과 미국(5.6일), 호주(5.2)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월 1.6일로 대상 국가 중 재택근무 비율이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