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수익성 개선 호재, 중장기로는 노조 리스크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을 바라보는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공급 부족으로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현대자동차·기아 미국 공장에 노조가 결성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고민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UAW의 파업은 가속화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GM, 포드, 스텔란티스 미국 빅3 자동차 업체 노조가 동시 파업을 이어가는 상황이 진정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업체들이 더 나은 제안을 하지 않으면 파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는 형국이다.
UAW 파업을 바라보는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상황은 복잡하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공급 부족이 발생해 현대차·기아의 차량 판매 단가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파업이 진행 중인 빅3 공장에서는 주로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생산된다. 현대차·기아는 픽업트럭은 싼타크루즈 외 모델이 없지만 SUV 시장에서는 반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기존에 빅3 차량을 사려고 했던 고객들이 차량 인도 시점이 무기한으로 밀리면서 구입을 취소하고 현대차·기아 모델을 새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려가 크다. UAW의 파업 상황에 따라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에서도 노동조합이 새로 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기아 미국 생산단지에는 노조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 UAW가 대규모 파업으로 큰 폭의 임금 인상을 비롯 복지 혜택을 누리게 되면 한국 브랜드 공장에서도 새로 노조가 결성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 이번 파업 전 UAW와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AFL-CIO)가 지역 시민단체와 연합해 노조를 결성하려는 사전 절차를 밟기도 했다. CNBC 등 다양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두 단체는 지난달 현대차가 새로 짓고 있는 전기차 공장에서 새로 일하게 될 직원들의 복지와 안전, 지역 환경 보호를 위해 일종의 단체협약을 맺자면 현대차에 공식 서한을 보냈다. 현대차는 해당 서한에 별도의 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UAW의 이와 같은 움직임을 영향력 확대 시도로 보고 있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 내연기관 공장 중심의 UAW가 입지를 넓히기 위해 현대차를 시작으로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도 협약을 체결해 노조를 결성하는 등 몸집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UAW는 GM의 오하이오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는 노조를 통해 단체협상을 주도하기도 해 세력 확장 노력에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