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WTI 90달러 넘겨…산유국, 원유 생산 감축
국제유가가 100달러 고지를 향하며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부활해 놀라운 회복력을 자랑한 미국 경제까지 위협하며 추가 금리인상을 압박할 수 있다. 북반구 수요 성수기인 겨울을 향하면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공급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며 미국 경제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15일 북해 브렌트유에 이어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도 배럴당 90달러를 넘기며 10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기록적 수요에 원유 재고가 고갈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했다.
다음은 FT가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로 복귀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오른 유가를 질문과 답변식으로 풀어봤다.
■유가 왜 올랐나?
미국과 같은 에너지 소비대국에서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호전되며 올해 세계 석유수요는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감산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로 FT는 전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라드 알카디리 애널리스트는 “석유 수요가 유지되고 주요 산유국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공급을 관리하며 6월 이후 시장 심리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주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동맹을 통해 석유 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지적했다.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강력한 수요, 공급 부족, 미국 전략적비축유 부족으로 인해 앞으로 몇 주 안에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FT는 전했다. 엔버스인텔리전스 리서치의 알 살라자르 애널리스트는 FT에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수요가 없었는데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생산을 줄이는 중이고 석유제품 재고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브렌트유 100달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략적 비축유를 대거 방출해 남은 여력이 많지 않다. 애널리스트들은 거의 3억배럴 비축유가 고갈된 만큼 미국이 유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에스펙츠의 암리타 센 공동 창립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초기에 가용 수단을 많이 사용해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남은 선택안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 고유가란?
유가 상승은 다시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RB)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물가 안정화 조치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비 3.7% 상승했는데 14개월 만에 최고로 가파르게 올랐다.
특히 개솔린 가격이 뛰면서 물가 압력이 더해졌다. 미국 개솔린 가격은 갤럴당 3.86달러로 연초보다 25% 이상 높은 수준이다. 화물, 농업, 기타 산업에 필수적인 경유 가격도 지난 3개월 사이 거의 20% 뛰었다.
■고유가로 석유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은?
유가가 오르면 석유 생산업체들의 수익도 늘겠지만 유가 상승분을 상쇄할 만큼 미국의 셰일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한다. 한때 혁명으로 불리던 미국 셰일 석유산업은 저유가 시대에 고통을 견디며 투자, 성장에 훨씬 더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식으로 변했다.
FT에 따르면 셰일 업계는 더 많은 양의 석유를 채굴하는 것보다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벤자민 호프 글로벌 상품책임자는 “셰일 업체들이 업스트림(채굴 생산)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과거 많은 비상장 셰일업체들은 시추 장비를 가동했지만 이제 공공 사업체에 인수되면서 성장이 둔화했다고 그는 지적했다.